[씨줄날줄] 동성애 군인/김성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성애 군인/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10-12-21 00:00
수정 201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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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성(性)끼리 정신적·성적으로 끌려 교제한다는 동성애. 성 구분에 따라 흔히 ‘게이’ ‘레즈비언’식으로 통하는 동성애는 통념과 달리 오랜 역사를 갖는다고 문화인류학자들은 말한다. 플라톤의 향연 속 아리스토파네스 연설이나 그리스 태양신 아폴론과 미소년 히아킨토스의 사랑, 고대로마 황제들의 동성애 편력…. 영원한 ‘베스트셀러’라는 성경 구절까지 들춰지니 동성애는 인류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의 명제였던 것 같다.

이땅에서도 동성애의 흔적은 곳곳에 묻어난다. 신라 화랑들의 남색행위며 궁중의 청년근위대 격인 자제위를 만들어 동성애를 즐긴 고려 공민왕, 조선 세종기 후궁들과 은밀하게 지낸 세자빈 봉씨 이야기…. 이것 말고도 삼국유사와 조선왕조실록, 구전가요, 민담엔 동성애의 편린들이 숱하다. 그런데 이 사료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니 예나 지금이나 동성애자들이 통념의 벽을 넘기란 지난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입에 담기조차 불편했던 동성애의 사회적 급부상. 지금 대학가엔 인권운동 차원의 동성애 동아리가 급속히 번지고 있고 안방극장엔 동성애 코드의 이런저런 드라마가 보란 듯이 등장한다. 개신교회 목사며 군인들의 커밍아웃마저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래도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냉대와 비정상의 시선을 견디기 어렵다니 동성 간의 사랑은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 동성애자의 군 복무가 허용될 것이라 한다. 상원 의회가 동성애자 군복무 금지법인 이른바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법’(DADT)을 폐기키로 했다는데. 1993년 클린턴 행정부시절 법이 제정돼 그동안 1만 3000명의 군인이 커밍아웃으로 쫓겨난 사정을 보면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는 수사가 한 켠에서 요란하지만 일반인의 관심은 아무래도 소수자인 동성애자의 입장에 쏠리는 것 같다.

“비록 커밍아웃은 안 했지만 수많은 동성애자가 군복무를 하고 있다.” 2008년 복무 중 동성애 사실을 공개, 강제전역한 이모씨의 증언. 미국 동성애자의 군복무 허용이 남의 일만 같지 않다.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 중인 기독교인의 1%가 동성애 경험이 있거나 동성애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한 기독교 사역자의 전언은 또 어떤가. 가장 폐쇄적인 군·종교의 공동체에도 동성애는 더 이상 숨기고 묻어야만 할 금기 영역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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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0-1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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