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새만금 통선문(通船門)/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새만금 통선문(通船門)/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6-30 00:00
수정 2010-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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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선문(通船門)이란 말 그대로 배가 드나드는 ‘열린 나루’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통선문이 설치된 곳은 영산호다. 1981년에 준공된 영산호 갑문은 높이 13.6m, 너비 30m로 당시로서는 동양최대 규모였다. 물을 바다로 빼내 범람을 막고, 담수호의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갑문 옆에 문을 만들어 30t급 선박이 수위에 관계없이 출입을 하게 한 것이 통선문의 시초였다.

정부는 4대 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영산강의 죽산보에 통선문을 설치해 배가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황포돛배와 고대 나주선이 오갈 수 있고, 내륙에서 강을 통해 바다로 연결되는 리버크루즈선을 띄우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들어 있다. 그러나 ‘수중 보의 설치는 대운하의 전제’라면서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들은 통선문 확장사업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통선문도 만병통치약은 아닌 셈이다.

전북 군산시 비응도와 부안군 변산반도를 잇는 길이 33㎞의 새만금 방조제의 일부를 허물어 통선문을 내기로 했다는 정부의 계획이 어제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 4월27일 준공될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길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그 방조제에 구멍을 내겠다는 것이다. 19년 동안 3조 8000억원을 투입해 지은 방조제에 ‘작은 문’을 내는 비용은 물경 7900억원이다.

‘막자마자 트는 주먹구구 공사’ ‘새만금 방조제는 모래성’이란 비난과 질책이 뒤따르고 있다. 욕을 먹어도 싸다. 사정을 알고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로 새로 생긴 세종시의 5.7배에 이르는 땅을 메울 흙을 운반하려고 새 방조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만금 간척지를 메우려면 4대 강 전체에서 파낸 흙 5억 2000만㎥보다 많은 7억㎥의 흙이 필요한데, 운반비용을 계산해 보니 통선문을 만들어 배로 바닷모래를 운반하는 것이 가장 싸게 든다는 얘기다. 이 경우 매립비용은 3조 7000억원 정도로 추정됐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노무현 정권 때인 2008년 새만금매립지가 농업용지에서 명품복합도시로 용도가 바뀌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관계자들은 용도를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방조제 공사는 사실상 완료단계였다고 변명하고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 전원에게 1년간 무상급식을 제공할 수 있는 예산이 4300억원이라는 통계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제시됐다. 관리들이 멀쩡한 방조제를 허물지 않도록 잘 챙겼으면 2년간 무상급식이 가능했다. 책임질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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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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