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사회부 기자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가정통신문 한 장에 실려 학부모들에게 전달된 것. 언론을 통한 홍보는 전혀 없었다. 취재 결과 이 가정통신문을 받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장조차 고교선택제 2단계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중대한 정책적 변경사항을 달랑 통신문 한 장으로 은근슬쩍 바꿔 보려 한 것이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애초부터 이렇게 하려고 했다. 좀 더 구체화하려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단계지원에서 통학편의와 2차 지망이 상충했을 때 선별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 또한 두루뭉술하게 일단 넘기고 보자는 식이었다.
또 이 통학편의 카드가 나온 배경도 문제였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학부모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변경안은 학부모 4명이 참석한 비공개 회의에서 결정됐고, 그 중 2명이 이른바 명문고가 많은 노원구, 양천구 학부모였다. 나머지 2명의 거주지는 부교육감조차 정확히 모르는 듯 얼버무렸다. 시교육청이 3년 넘게 야심차게 준비해 온 고교선택제가 학부모 4명의 ‘지역이기주의’로 사실상 퇴색해 버린 것이다. 물론 그 어떤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도 소외돼선 안 되지만, 극소수의 의견만으로 공들여 쌓아온 교육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리면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정책은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라면 더 그렇다. 중대 교육정책을 어물쩍 넘기려 했던 시교육청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영준 사회부 기자 apple@seoul.co.kr
2009-12-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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