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1996~2001년)은 9·11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 ‘은닉죄’로 미국 등에 의해 축출됐다. 그들의 집권 시절은 공포 그 자체였다.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해 여성들은 거의 죽을 지경이었다. 부르카를 꼭 써야 했고, 화장을 못했으며, 직장활동과 교육을 금지했다. 죄를 지으면 손발을 자르는 극형도 숱했다. 우상숭배를 거부하며 세계적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굴에 대포를 쏴 파괴하기도 했다. 2007년 7월엔 한국인 23명을 납치해 2명을 살해한, 끔찍한 무장조직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다.
탈레반 정권 붕괴 직후 아프간에 들어간 KBS 조재익 기자는 종군취재기(탈레반은 가고 부르카는 남고)에 당시 현지 실정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어느 소년은 탈레반에 대해 물었더니 대뜸 “나는 탈레반이 싫어요!”라고 하더란다. 탈레반이 자유를 빼앗고, 대학에도 못가게 했으며, 교사였던 엄마는 직장을 잃어야 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상한 점 하나. 화폐만은 쫓겨난 탈레반 정권이 발행한 게 진짜 행세를 하고 있더란다. 새로 들어선 북부동맹 정권의 돈은 코 푸는 데나 쓰라더라는 것이다. 외양상 구분이 쉽지 않은 지폐(아프가니)의 진위를 그들은 용케 가려내기에 놀랐다고 한다. 조 기자의 취재기로 미루어 민초들의 심리가 참 복잡한 나라다.
몰락 후 근거지를 파키스탄 남부로 옮긴 탈레반이 요즘 작심을 한 것 같다. 지난 8월 미군의 공습으로 파키스탄 탈레반(TTP) 지도자 마흐수드 등 고위급 3명이 사망하자 ‘피의 복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연일 외신을 타고 있다. 이달 들어 파키스탄 육군사령부에 쳐들어가 인질극을 벌이는가 하면 경찰특공대, 경찰학교, 연방수사국(FIA) 등 정부 심장부가 잇따라 테러공격을 받았다. 돈줄이 여전히 탄탄한 탈레반의 본격적인 역습이 시작된 걸까.
파키스탄은 ‘순수의 땅’이란 뜻을 지녔다. 탈레반은 ‘구도자’란 의미란다. 나라 이름과 조직 명칭이 제구실을 못할 만큼 현실은 판이하다. 파키스탄이 피의 악순환이 아니라 구도자들의 수양을 위한, 진정 순수의 땅으로 돌아갈 날은 언제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탈레반 정권 붕괴 직후 아프간에 들어간 KBS 조재익 기자는 종군취재기(탈레반은 가고 부르카는 남고)에 당시 현지 실정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어느 소년은 탈레반에 대해 물었더니 대뜸 “나는 탈레반이 싫어요!”라고 하더란다. 탈레반이 자유를 빼앗고, 대학에도 못가게 했으며, 교사였던 엄마는 직장을 잃어야 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상한 점 하나. 화폐만은 쫓겨난 탈레반 정권이 발행한 게 진짜 행세를 하고 있더란다. 새로 들어선 북부동맹 정권의 돈은 코 푸는 데나 쓰라더라는 것이다. 외양상 구분이 쉽지 않은 지폐(아프가니)의 진위를 그들은 용케 가려내기에 놀랐다고 한다. 조 기자의 취재기로 미루어 민초들의 심리가 참 복잡한 나라다.
몰락 후 근거지를 파키스탄 남부로 옮긴 탈레반이 요즘 작심을 한 것 같다. 지난 8월 미군의 공습으로 파키스탄 탈레반(TTP) 지도자 마흐수드 등 고위급 3명이 사망하자 ‘피의 복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연일 외신을 타고 있다. 이달 들어 파키스탄 육군사령부에 쳐들어가 인질극을 벌이는가 하면 경찰특공대, 경찰학교, 연방수사국(FIA) 등 정부 심장부가 잇따라 테러공격을 받았다. 돈줄이 여전히 탄탄한 탈레반의 본격적인 역습이 시작된 걸까.
파키스탄은 ‘순수의 땅’이란 뜻을 지녔다. 탈레반은 ‘구도자’란 의미란다. 나라 이름과 조직 명칭이 제구실을 못할 만큼 현실은 판이하다. 파키스탄이 피의 악순환이 아니라 구도자들의 수양을 위한, 진정 순수의 땅으로 돌아갈 날은 언제일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9-10-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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