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나로 이후가 중요하다/이영준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나로 이후가 중요하다/이영준 정책뉴스부 기자

입력 2009-06-25 00:00
수정 2009-06-25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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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시절에는 암기력이 입시 당락을 좌우했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만 해도 어느 정도 등수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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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사회부 기자
이영준 사회부 기자
하지만 벼락치기 암기력의 유효기간은 다음날까지였다. 비몽사몽간 시험을 보고 나면 암기내용은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수면이 부족하면 암기력, 판단력, 창의력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는 여러 차례 나왔다. 벼락치기한 학생이 당일 시험성적은 좋을지 몰라도 그 성적에 걸맞은 지식과 창의성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창의성이 바탕이 돼야 할 국내 과학기술 분야도 눈앞에 닥친 시험의 성적·등수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했을 때 ‘최초’에만 온나라의 관심이 쏠렸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력이 진일보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종의 ‘우주쇼’였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나로 발사를 한 달여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발사 성패를 떠나 이번에도 ‘쇼’로 끝날까봐 걱정이다. 아마 나로 발사에 성공하면 세계 우주 선진국 ‘톱 10’ 대열에 합류했다며 자축할 것이다. 우리의 우주개발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 될 공산이 크다.

나로 이후가 중요하다. 나로 발사의 의미는 상당하지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적표만으로 “우리는 이제 우주 선진국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 1961년에 우주비행에 성공한 러시아와 1969년에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은 최소 40년의 격차가 있다.

국민들은 지금 당장 세계 몇 위라는 성적보다 피부에 와 닿는 꿈의 실현에 더 관심이 많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정책은 눈앞에 닥친 시험만 잘 보겠다는 식으로 흘러선 안 된다. 정책은 국민들에게 자신있게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탄탄한 기초·기반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험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이 나중에 성공한다.



이영준 정책뉴스부 기자 apple@seoul.co.kr
2009-06-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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