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청계천 기둥 세개/박재범 논설실장

[길섶에서] 청계천 기둥 세개/박재범 논설실장

입력 2009-06-20 00:00
수정 2009-06-2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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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했다. 청계천을 복구하면서 남은 회색빛 콘크리트 기둥 세개의 모습이. 하나는 중동이에서 부러졌고, 두번째 것은 끝부분만 부서져 있다. 마지막 것은 그나마 온전하다. 쪽빛 하늘이 허물다 만 기둥을 서사시로 장식해준다. 오연했다. 청계천을 시청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오다 보면 8가쯤 청계고가도로를 떠받쳤던 기둥 세개가 대못처럼 박혀 있다. 우리는 절대 꺾이지 않는다고 선언하려는가. 이웃한 현대식 다리는 얌전했다. 기둥은 거칠지만 담대했다.

초고속 성장시대의 상징 청계천 고가도로. 잔재로 남은 기둥들은 슬라이드처럼 지난 40년을 쏟아냈다. 어릴 적 완공된 청계천 고가도로를 보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 차를 타고 달려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아름다웠다. 한 시대가 매듭지어졌음을 알려주어서. 앞선 세대들의 배고픔과 역경에 지지 않겠다는 생의 의지를 읽게 해주어서. 시대의 파편은 카타르시스를 던졌다. 이게 폐허의 미학이고 명상인가. 새로운 시대의 창조가 곧 피어나리라 당당하게 예고하는 듯하니.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2009-06-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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