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코골이/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코골이/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09-04-29 00:00
수정 2009-04-29 01:1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우리 말루하(마누라)의 코골이는 중증이다. 당장 수술하라는 의사의 엄명에도 아랑곳없다. 덕분에 코골이를 피해 한밤중 거실이며 다른 방으로 피란하는 게 다반사다. 오죽하면 녹음기를 샀을까. 반복되는 무자비한 만행을 폭로할 요량에서다. 구석에 감췄지만 언젠가는 꼭 쓸 참이다.

잦은 술자리 탓에 우리 집의 바가지는 통과의례이다.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날 주벽만 따지면 될 터인데 온갖 과거사가 줄줄이 딸려나온다. 대소사를 잘 잊는 건망증도 괜한 제스처인 듯싶다. 통과의례 때면 장소, 시간을 컴퓨터처럼 기억해 내니. 그런데 오늘 바가지는 쇠바가지다. 쇠 긁는 소리가 하이 소프라노다. 레퍼토리도 더 풍부하다. 일터에서 뭔 일이 있었나? 평소 전술대로 양 귀에 자물쇠를 꼭꼭 채워본다. 애써 잠을 청해 봐도 소용이 없다. 머릿속에 피신 장소를 그려보지만 마땅치가 않다. 어디로 가야 하나. 노심초사하는데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코 고는 소리가 이토록 감미로운 자장가일 줄이야. 말루하님 코 많이많이 고세요.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4-2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동계올림픽 중계권의 JTBC 독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폐막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중계를 JTBC가 독점으로 방송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독점이어도 볼 사람은 본다.
2. 다양한 채널에서 중계를 했어야 했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