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부신 외출/김선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눈부신 외출/김선태

입력 2009-04-18 00:00
수정 2009-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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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외출/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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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엔 늙은 고목도

새옷을 꺼내 입는가

가지가 잘린 채 넘어져

그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수백년 묵은 나무의 몸통에서

연두색 새순들이 돋는 것을 보면

예쁘고 기특해 미치겠다 어린 손자가

늙수그레한 할머니 품에 안겨 좋아라

파릇파릇 재롱을 떠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옛날 칼바람에 억울하게 멸문지화 당한

어느 뼈대 있는 집안의 숨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가만 보니

검버섯이 핀 옹이에는 이끼류며

족보가 다른 풀씨들도 날아와

초록 무성하게 터를 잡았다

봄에는 고색창연한 나무도

젊은 나무들에 뒤질세라

눈부신 외출을 한다

2009-04-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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