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외출/김선태
봄날엔 늙은 고목도
새옷을 꺼내 입는가
가지가 잘린 채 넘어져
그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수백년 묵은 나무의 몸통에서
연두색 새순들이 돋는 것을 보면
예쁘고 기특해 미치겠다 어린 손자가
늙수그레한 할머니 품에 안겨 좋아라
파릇파릇 재롱을 떠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옛날 칼바람에 억울하게 멸문지화 당한
어느 뼈대 있는 집안의 숨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가만 보니
검버섯이 핀 옹이에는 이끼류며
족보가 다른 풀씨들도 날아와
초록 무성하게 터를 잡았다
봄에는 고색창연한 나무도
젊은 나무들에 뒤질세라
눈부신 외출을 한다
봄날엔 늙은 고목도
새옷을 꺼내 입는가
가지가 잘린 채 넘어져
그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수백년 묵은 나무의 몸통에서
연두색 새순들이 돋는 것을 보면
예쁘고 기특해 미치겠다 어린 손자가
늙수그레한 할머니 품에 안겨 좋아라
파릇파릇 재롱을 떠는 것 같다 아니면
그 옛날 칼바람에 억울하게 멸문지화 당한
어느 뼈대 있는 집안의 숨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가만 보니
검버섯이 핀 옹이에는 이끼류며
족보가 다른 풀씨들도 날아와
초록 무성하게 터를 잡았다
봄에는 고색창연한 나무도
젊은 나무들에 뒤질세라
눈부신 외출을 한다
2009-04-1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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