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나이 든’ 재롱잔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나이 든’ 재롱잔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9-04-14 00:00
수정 2009-04-1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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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남들은 환갑이 넘어서도 부모 앞에서는 색동옷 입고 재롱 떤다는데, 너희는 어떻게 된 거냐. 큰애, 노래 한자락 불러라.”

직전까지 노래깨나 부른다고 자랑하던 형에게 비상이 걸렸다. 형은 조금 주저하는 듯하더니 1970년대 유행곡 ‘너’를 멋지게 불렀다. 이어 둘째인 내 차례. “난 배호 노래밖에 못 하는데….” 투덜거리면서 ‘돌아가는 삼각지’를 뽑았다. 노래방 체질로 굳어진 지 오래라서 반주 없이 부르기는 영 아니었다. 젓가락으로 장단 넣어가며 일절을 겨우 넘기고는 안되겠다 싶었다. 옆에서 좋아라 웃고 있는 아내를 끌어일으켜 블루스 추는 시늉을 내며 겨우 임무를 끝냈다.

다음은, 일본 연수를 1년간 하고 최근 돌아온 매부가 일본어 가사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다. 일어에 능숙한 어머니는 앙코르를 연발하시고, 매부는 일본 노래를 하나 더 부른다. 봄꽃이 만발한 지난 일요일, 어머니의 여든두번째 생신을 맞아 50대 중·후반인 아들·사위 셋은 그렇게 재롱잔치를 벌였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2009-04-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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