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숙 산업부 차장급
우리가 자주 먹는 온갖 종류의 국, 찌개, 덮밥, 볶음밥 등이 봉지 뜯는 수고만을 요하는 상태로 나와 있었다. 작고 동그란 부추지짐이 밑반찬으로 제공될 때마다 반색했었는데 그것마저 커다란 봉지에 그득히 담겨 있었다.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햄버거가 억울할 지경이다. 그래도 한국인은 밥심이라며 밥과 국을 찾아 나선 사람들에 대한 ‘손맛의 배신’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로 동북아 지역이 들썩거렸다. 일본 매스컴은 오보 소동까지 피울 정도로 과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예고된 안보위협에 대해서는 이토록 난리를 치면서 정작 국가, 사회,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작금의 식문화에 대해서는 왜 이리 둔감할까.
풍요로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음식의 귀중함을 잊고 먹는 것에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값비싼 수입 브랜드의 옷과 가방, 억대 아파트에 열을 올리는 요즘, 의식주 가운데 식(食)이 가장 뒷전으로 밀려났다. 편의성이 존재의 안전을 담보하는 기초 토대인 먹을거리에 침범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으니 안타깝다.
한 끼의 식사에도 안테나를 세우고 경계를 해야 하느냐에 대해 서양 속담이 답이 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내게 말해주면 나는 네가 누군지 알 수 있다.’ 식생활이 한 나라와 그 구성원의 성격을 반영하는 척도라는 뜻이다. 개발연대의 빨리빨리 문화가 1990년대 무수한 붕괴의 후유증을 낳았듯 지금의 속도전식 외식 문화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야기할지,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걱정이다.
alex@seoul.co.kr
2009-04-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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