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나는 가수 김장훈씨를 좋아한다. 노래 실력도 물론 좋지만 그의 ‘나눔’ 정신이 너무 신선하기 때문이다. 어느 유명 가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김장훈씨라고 이야기했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이니 그의 노래 실력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것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김장훈씨가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기부에 미쳐(?) 지금까지 40억원에 이르는 돈을 기부했다는 점이다.
이미지 확대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김장훈씨의 ‘나눔 바이러스’는 문근영씨 등 많은 연예인들에게 널리 전파돼 아프리카 자원 봉사, 도서 수익금 나눔, 아동 결연 기부 행사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발전되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아니 왜 행정학과 교수가 이런 칼럼을 쓰냐?”고 하시겠지만, 이러한 ‘나눔 바이러스’의 확산에 ‘공공부문’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공직에 근무한다는 것은 사실 행운에 가깝다. 이것은 최근 어느 조사에서 미혼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감의 직업’이 바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으로 나타난 것을 통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선택받은 사람들로서 ‘청년실업 100만 시대’의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일부 공기업들의 ‘고통분담’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공이 1년치 사내복지기금 40억원을 반납해 가정주부 1000명에게 취약계층의 자활을 돕는 ‘돌봄 서비스’라는 일자리를 창출한 것, 한국수출보험공사가 노사합의로 ‘대졸 신입사원 임금 25% 감축, 신규채용 인원 30% 증가’ 같은 ‘임금 깎아 더 채용하기’를 확정한 것, 인천공항공사가 대졸 신입사원 초봉을 30% 낮추는 대신 채용 규모를 2배 늘리기로 한 것 등이 좋은 사례이다. 공기업뿐 아니라 정부기관으로는 농촌진흥청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2억여원의 모금을 통해 독거노인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후원하고, 금년에도 직원들이 매월 월급에서 일정액을 모금해 농촌 취약계층 노인 및 아동들에게 지원을 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분담하는 의지를 보이는 일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이러한 ‘나눔 바이러스’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또한 진정한 의미의 ‘나눔의 정신’이 많이 훼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공기업들이 사회적 약자인 신입 사원의 임금만 감축해 신규 채용이나 인턴사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 나누기’는 ‘기존 취업자’의 노동시간과 임금을 줄여 새 일자리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중앙정부나 자치단체도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에만 이러한 고통분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든 자치단체든 이제 공기업 및 민간기업에 훈수나 두고 인센티브 제공 타령만 하지 말고,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스스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도 좋고 ‘공직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사상 최악의 고용한파 시대에는 모두 배부른 소리일 뿐이다.
정부도 국민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다. 김장훈씨가 고래등 같은 집에서 살면서 40억원을 기부했다면 그의 ‘나눔’도 그렇게 감동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40억원을 기부한 김장훈씨가 아직도 24평형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그의 ‘나눔 바이러스’는 오늘도 신선하게 많은 사람들을 전염시키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 교수·한국조직학회장
2009-02-0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