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이 주는 교훈/류찬희 산업부장

[데스크시각]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이 주는 교훈/류찬희 산업부장

입력 2008-11-21 00:00
수정 2008-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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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곧바로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피해는 산업계와 소비자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돈줄이 막히면서 제조업 투자는 멈췄고 생산 라인은 삐걱거리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증가하고 소비자들은 불안한 나머지 아예 지갑을 닫아버렸다. 세계 경제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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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정책뉴스 부장
류찬희 정책뉴스 부장
세계 경제위기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고꾸라졌는가 하면 불황을 견디다 못한 자동차 메이저 3사는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구제금융 요청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력이 없다는 긴급구조 신호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산업계에 주는 충격도 크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구제금융 요청 명분은 대량 실업을 막자는 것이다. 생산라인을 멈추면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가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으니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나아가 자동차 산업 붕괴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거의 협박 수준이다. 동시에 파탄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데도 혈안이 됐다. 한국 등 외국 시장에서 자신들이 만든 차가 팔리지 않고 자국 시장에서 외국 자동차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것이 불공정 무역 때문이라는 궤변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구제금융 요청을 놓고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시장을 외면하고 스스로 위기를 불러온 미국 자동차 회사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언론도 자동차 산업이 고꾸라진 원인을 ‘네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탓’에서 찾아야 한다고 꾸짖고 있다. 포브스닷컴 사설은 “메이저 3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금융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이미 고장나 있었으며, 금융위기가 불가피한 결말을 재촉했을 뿐”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또 “부도가 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미국 자동차 산업 몰락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소비자 마음을 읽는 데 게을리 했고 시대 변화에도 뒤떨어졌다. 연비나 가격 경쟁력을 잃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둘째 미국차는 이미 트렌드를 잃었다. 디자인이나 사후 서비스 등에서 한국차나 일본차를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호황을 등에 업고 편하게 묻어가려는 현실 안주가 부른 결과다. 셋째 호황기에 번 돈은 노조와 함께 해마다 잔치상 차리는 데 모두 써버렸다.

미국 자동차 업계 몰락을 지켜보는 우리 자동차 업계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내 자동차 업계는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스스로 따져볼 때이다.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가격이나 기술 경쟁력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국내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출 신장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은 국산차를 고집하는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귀족 노조’라는 따가운 비판에도 불구하고 나눠먹기식 분배는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위기는 기회다.

업종은 다르지만 건설업계에서도 미국 자동차업계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장 기능 마비로 어려움이 닥친 것을 놓고 정부에만 기대고 있다. 건설사가 무너지면 주요 공사가 중단되고 아파트 입주가 지연돼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손을 내미는 이유의 전부다. 하지만 순서가 뒤바뀌었다. 기업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오너는 정부에 손을 내밀기 전 사재라도 털어서 기업을 살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도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 기업에는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기업 스스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할 때 비로소 정부 지원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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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산업부장 chani@seoul.co.kr
2008-11-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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