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서울, 가을 그리고 아파트/손성진 미래기획부장

[데스크시각] 서울, 가을 그리고 아파트/손성진 미래기획부장

입력 2008-11-19 00:00
수정 2008-11-1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손성진 사회 에디터
손성진 사회 에디터
도망치듯 가을은 스쳐 지나간다. 제대로 볼 새도 없이 단풍은 벌써 떨어져 길바닥에 뒹군다. 가을 거리는 마지막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서울시가 정한 단풍·낙엽거리 72곳 중 한 곳이었다. 시내에, 그것도 아주 가까이 이런 곳이 있구나 하며 걸었다. 새삼 서울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려는 순간, 무엇이 가로막았다. 재개발 현장이었다.

인공 구조물이 없다면 서울은 각국의 수도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도시다.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이 도심을 병풍 치듯 싸고 그 안에 이름처럼 맑은 청계천이 흐른다. 청계천에 더해 홍제천, 불광천, 탄천, 안양천을 보듬은 한강은 굽이치며 황해로 향한다. 서울에 대해 ‘동국여지승람’은 ‘북쪽에 화산(華山·북악산)으로 진산을 삼았으니 용이 내리고 범이 쭈그려 앉은 형세가 있고 남쪽은 한강으로 띠를 둘러 형세가 동방의 제일’이라고 적고 있다.

1394년 이성계가 천도하고 나서 500년간 서울은 절경을 간직했다.19세기 말 서울에 처음 발을 디딘 서양인들은 고즈넉한 풍취에 빠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했다. 하지만 다음 100년 동안 서울은 그 이름을 잃었다. 무자비한 삽질 때문이었다. 전후 파괴를 복구하고 주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집단주택을 대량으로 건설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전국의 주택 가운데 아파트의 비율은 55%를 넘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1동은 97%가 아파트다. 정권은 강남에 아파트를 집중 건설함으로써 중산층을 결집시켰고 교육과 비즈니스의 중심도 옮겨갔다. 아파트는 주거문화의 척도, 동시에 부의 척도가 되었다.

프랑스의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의 유별난 아파트 선호 현상을 권위주의와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이 경제 발전에 헌신하도록 국가가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해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는 수십년간 정치적 방편으로 이용되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200만가구 건설, 신도시·뉴타운 개발을 외쳐댔다. 저렴한 집을 갈구하는 국민들은 그들의 구호에 이끌려 갔다.

이렇게 해서 판잣집 대신 이제는 아파트가 서울을 뒤덮고 있다. 아파트에 가려 서울의 산들은 있는지 없는지 뵈지 않는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은 한강의 풍치를 망치고 있다. 빈땅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재개발에 의한 파괴다. 권위주의가 조성한 아파트에 대한 집념은 재개발에 대한 집착을 낳았다. 재개발은 경제적 신분 변화의 수단이 되었다.

정답던 동네는 무자비한 철거반의 망치에 폐허로 변하고 있다. 멀쩡한 물건을 헌신짝 버리듯 건물도 좀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밀어버리는 게 습성처럼 되었다. 감나무가 서 있는 마당 딸린 집이며, 정감 넘치는 골목길 담벼락들이 폐자재 하치장에 처박힌다. 역사와 생활의 흔적들은 죄다 불도저에 휩쓸려 버려진다.

재개발은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부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개발 이전에 보존을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가회동 한옥마을처럼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를 전통마을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 들 것이다.

하찮은 것이라도 지키려 애썼기에 유럽의 도시들은 수백년 전의 모습 그대로다. 고색창연한 파리의 주택에는 한때 그곳을 삶터로 삼았던 소설가나 유명인의 이름이 붙어 있다. 오래된 건물들을 뭉개버리고 고층아파트를 지었다면 나폴리는 세계적 미항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옛집들이 헐리고 아파트가 삐죽삐죽 솟아오르고 있는 서울의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되돌리기는 불가능하기에 더욱….

이숙자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청년 1인 기업, 공공 입찰 문턱 낮춰야”… 건의안 본회의 통과

이숙자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서초2)이 대표발의한 ‘청년 1인 창조기업 지원을 위한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 촉구 건의안’이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건의안은 청년 1인 창조기업에 대한 공공조달 지원체계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청년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의안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상 범위에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상 청년 1인 창조기업을 포함하도록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공조달을 활용한 청년기업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초기 창업기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현재 여성기업과 장애인기업, 청년기업 등은 정책적 배려 대상에 포함돼 있으나, 청년 1인 창조기업은 제도적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특히 상시 근로자 없이 운영되는 1인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제도가 청년 창업가들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의결을 기점으로 서울시의회는 국회와 행정안전부를 향해 시행령 개정을
thumbnail - 이숙자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청년 1인 기업, 공공 입찰 문턱 낮춰야”… 건의안 본회의 통과

손성진 미래기획부장 sonsj@seoul.co.kr
2008-11-19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