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혼돈의 시대, 언론의 역할/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옴부즈맨 칼럼] 혼돈의 시대, 언론의 역할/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입력 2008-10-21 00:00
수정 2008-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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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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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우리 경제의 ‘9월 위기설’을 가까스로 넘기자마자 10월 들어 미국 발 전세계 금융위기가 유럽을 돌아 아시아로 밀려오는 형국이다. 유럽 국가들도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사태와 자국 내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를 늦게나마 감지하고 미국의 비상대책에 버금가는 위기수습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은 일찍이 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획기적인 조치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고 그 대신 금융기관의 지분을 확보하는 사실상의 국유화 조치이기 때문이다.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하여 금융기관에 투입하려는 공적 자금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우리 정부도 서둘러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았다. 금융기관에 직접 달러를 공급하고 금융기관의 외화 채무에 대하여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비상한 조치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이 1997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였던 외환위기 이래로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였고 유가증권시장이 1200선 아래로 밀려나며 국제자본시장의 유동성경색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대책으로 과연 충분할까 하는 점이다. 현재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이처럼 불안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은 단순히 융통할 자금이 부족한 유동성의 위기 차원이나 개별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는 재무적 건전성의 문제차원을 넘어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적으로도 건전한 금융기관이 서로 거래상대방의 위험도를 신뢰하지 못하여 금융기관간 거래 자체가 경색되는 신뢰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지난 토요일자에서 서울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것처럼 외신이 연일 한국경제의 위기론을 언급하고 정부가 이를 해명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단순히 외신의 편견에 대한 정부의 반박으로만 넘길 일은 아니다. 맞든 틀리든 해외언론에 보도된 한국경제 관련 기사의 주 취재원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고 해외언론에 보도된 한국경제에 관한 기사를 주로 참조하는 독자가 역시 우리나라와 금융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면 이러한 기사들의 파급효과는 우려할 만하다.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져 있고 환율과 주가와 같은 국내 금융시장도 그 여파로 불안정한 상황을 거듭하는 요즈음 일반 독자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상 유례없는 대책과 조치가 발표된 후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듯한 금융시장이 며칠 지나서 그러한 방안의 약발이 떨어진 듯 다시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불안정한 상황을 반복할 것인가. 우리 금융시장이 다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것인가. 발등에 떨어진 금융위기가 일단 진정되면 그러잖아도 이미 위축되는 추세를 보였던 실물경제가 얼마나 더 침체할 것인가. 이처럼 예상되는 경기침체에 대비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펀더멘털은 좋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정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민의 입장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일반 독자들은 외신의 냉정한 비관론이 옳은지, 아니면 정부의 차분한 신중론이 옳은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냉정한 비관론이 지나쳐서 과도한 파국론이 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하여야 한다. 그러나 차분한 신중론에 너무 기댄 나머지 막연한 희망론에 빠지는 것도 금물이다.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 언론이 균형과 중심을 잡아야 할 때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2008-10-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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