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낡은 모자 속에서
아무도 산토끼를 끄집어낼 수는 없다 내 낡은 모자 속에 담긴 것은
끝없는 사막 위에 떠 있는 한 점 구름일 뿐
내 낡은 모자 속에서 사람들은
파도소리도 바람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러나 깊은 밤 내 낡은 모자에 귀를 갖다대면
기적소리와 함께 시커먼 화물열차가 달려나오기도 한다
내 낡은 모자를 안고 오늘 나는 시장에 갔다
하지만 해 저물도록 아무도 사는 이 없어
나는 구름과 놀다가 기차를 타고 훌쩍
머나먼 사막으로 떠났다
누군지 모르는 그대여
내 낡은 모자를 사다오
달리는 화물열차 끝에 매달려 오늘도 나는
내 모자를 쓸 그대를 찾아 헤맨다
2008-09-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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