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눈박이 언론이 갈등 부추긴다

[사설] 외눈박이 언론이 갈등 부추긴다

입력 2008-07-01 00:00
수정 2008-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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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일 만에 순수했던 촛불의 자리를 폭력이 빼앗았다.“미 쇠고기 수입 반대”는 용도폐기됐다. 시위대가 “이명박은 내려와라.”는 쇳소리를 내고 있다.“불법시위이므로 해산하라.”는 경찰의 마이크 소리도 귀청을 찢고 있다. 새벽까지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경찰의 방패와 시위대의 깃발이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경찰버스가 부서진 채 흉물로 방치돼 있다. 또 붕대를 몸에 감은 사람들이 분을 뱉어내고 있다. 왕복 12차선의 차도가 기능을 잃었다.

나라가 이처럼 휘청대고 있음에도 국회는 물론, 언론도 제몫을 못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팽개치고 있다. 길거리에 나와 인간띠를 잇고 있다. 언론도 똑같다. 공영방송은 방패에 맞아 피흘리는 시위대의 모습을 줄기차게 틀어대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경찰은 가끔 보여준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보수언론이라는 ‘조·중·동’과 진보를 표방하는 ‘경향·한겨레’는 서로를 향해 증오서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공권력과 시위대가 서로 맞부딪치라고 불길을 지피는 양상이다. 말보다 주먹이 필요한 시대라고 보는 것일까.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권력을 흔히 3부로 나눈다. 여기에 언론을 덧붙여 4부라고 한다. 언론을 4부라고 부르는 것은 여론이 3부에 대항해 폭력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이를 공론으로 수렴하라는 뜻일 것이다. 한마디로 언론은 폭력을 논의로 이끄는 민주주의의 기구이다. 그럼에도 지금 신문 방송 등 언론은 ‘내편, 네편’을 가르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한쪽만 바라보는 외눈박이는 공론의 장을 형성하지 못한다. 이는 4부의 존재이유를 상실케 한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위기일 뿐이다.

2008-07-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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