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더 고민해야 할 촛불집회 보도/남재일 세명대 교수

[옴부즈맨 칼럼] 더 고민해야 할 촛불집회 보도/남재일 세명대 교수

입력 2008-07-01 00:00
수정 2008-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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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를 맞고도 활활 타오르던 촛불이 장맛비에 사위어 간다. 소리 없는 가랑비가 더 오래, 더 깊이 적신다더니….6월10일 촛불집회가 정점을 기록한 뒤로 광장은 달라졌다. 지친 시민들이 귀가한 자리를 단체가 메우기 시작했다. 집회 규모는 작아지고 강도는 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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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일 세명대 교수
남재일 세명대 교수
때맞춰 정부가 강경 자세로 나온다.‘주모자’를 구속하고 ‘PD 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집회 초반부터 “촛불에도 매연이 있지 않을까?”, 탐구적 자세로 폭력의 단서 찾기에 열중했던 조·중·동은 드디어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경향과 한겨레는 ‘의견저널리즘’의 극한을 보여주면서 촛불집회를 제2의 민주화 운동으로 부각시켰지만, 지난주부터는 현장사진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양상의 격렬함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경향의 28일자 사회면 머리기사 “과격시위 누가…극소수 ‘바뀐 게 뭐냐’”는 최근의 폭력시위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기사이다. 전체 촛불집회가 매도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기사 같았는데, 자세가 방어적이었다.

촛불집회는 이제 2라운드를 맞고 있다. 보도의 양상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겨레, 경향 대(對) 조·중·동의 구도로 대립하고 나머지 신문은 관망했다. 이 대립구도에서는 진보의 입지가 넓었다.

6월11일자 지면을 보면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경향과 한겨레의 기사제목은 마치 격문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촛불집회의 성격을 ‘대의민주제를 보완하는 시민들의 참여’로 본 시각을 자신한다는 것일 게다. 반면 조·중·동의 제목들은 지극히 건조하다. 아무리 봐도 평소의 프레임대로 ‘시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부의 시위’로 보기에는 규모가 너무 컸을 것이고, 그래서 강 건너 불 보듯 대상화시켜버린 것일 게다.

정치적 동기 때문인지 제작과정상의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촛불집회를 대형 교통사고처럼 다룬 것은 편집의 완전한 실패이다. 사안의 성격과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편집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니 싫어도 변방에서 잃어나는 폭력의 실마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애초의 판단 착오를 정당화하려는 한판 뒤집기를 시도하려 하지 않겠는가?

경향과 한겨레는 촛불집회를 ‘의심할 바 없는 민심’이고 민주적 집회로 주장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방어의 부담을 진다. 그래서인지 촛불보도의 2회전은 ‘한겨레, 경향이 폭력시위 선동’ 대(對) ‘조·중·동이 강경대응 유도’의 설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촛불집회의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제3의 신문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주 서울신문의 촛불보도는 의견을 배제한 사실전달의 기조 위에 진행됐다.

정치권의 대응 중계, 현장 스케치가 주 내용들이다. 의견은 극도로 자제되거나 원론적이다. 현장 상황은 기계적 중립에 의해 봉합된다.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사실보도가 담보되는 건 아니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관행에서는 ‘건조한 사실=정책자의 시선’으로 귀결된다.

그런 가운데 26일자 사회면 머리기사 ‘경찰 촛불끄기 무리수’,25일자 사회면 머리기사 ‘두 얼굴의 경찰’은 일각에서 시위대의 폭력성이 과도하게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진압방식에 문제제기를 한 기사였다.24일자 사회면 머리기사 “어청수 경찰청장 ‘전의경제 고수’” 는 현장기자가 스트레이트로 문제 제기를 한 사례이다. 이런 기사들에 비해 정치기사는 너무 단순한 중계에 그치고 있고, 칼럼과 사설은 침묵하는 인상을 준다. 사옥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너무 ‘쿨’한 것 아닌가.

남재일 세명대 교수
2008-07-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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