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하이힐 부대’ /정은주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하이힐 부대’ /정은주 사회부 기자

입력 2008-06-14 00:00
수정 2008-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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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사회부 기자
정은주 사회부 기자
굽 높은 구두 ‘하이힐’의 등장은 BC 3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에서 상류층 귀족들은 길을 걷다가 오물에 옷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하이힐을 신었다. 때문에 하이힐은 상류층의 상징이 됐고,1791년 프랑스 혁명 때 나폴레옹은 하이힐 착용을 금지했다.19세기 들어서 아름다운 곡선으로 디자인이 발전하면서 하이힐은 현대 여성의 대표 신발로 자리잡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후 하이힐을 위해 ‘작은 공사´를 단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한다며 청계천과 시청 앞마당에 깔아놓은 돌 보도블록의 일부를 뜯어내는 일이었다.

공사는 어느 여직원의 쓴소리에서 시작됐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그녀는 ‘하이힐 신고 걷기 편한 거리 만들기’라고 적었다. 돌 보도블록은 보기엔 좋지만 돌 사이에 하이힐이 자주 박혀 불편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뛰다가 구두가 벗겨져 넘어진 여성도 있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녀의 지적을 즉각 수용했다. 여성의 보폭에 맞춰 보도블록 일부를 뜯어내고 대리석을 깔았다. 이후 징검다리를 건너 듯 하이힐을 신고 시청 앞마당을 산책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촛불집회에서 ‘하이힐 부대’를 만나기란 어렵지 않았다.50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8만명)이 종로로, 청계천으로, 서대문으로 행진할 때 그녀들은 ‘또각또각’ 경쾌한 리듬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프레젠테이션을 끝내고 막 달려온 듯 정장 차림의 한 여성은 ‘고시 철폐’를 외쳤다. 은색 반짝이 깃발을 든 ‘쌍코(성형수술정보공유동호회)’회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이들은 하이힐 발소리까지 맞추며 행진했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지만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굽 높은 샌들을 신고 1시간 넘게 걸어 다닌 덕분에 기자도 물집을 ‘훈장’으로 얻었다.

1987년 6·10 민주항쟁 때 남성들이 넥타이를 매고 시위현장을 누볐다면,2008년 6·10 촛불집회 때는 여성들이 하이힐을 신고 평화행진을 주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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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사회부 기자 ejung@seoul.co.kr
2008-06-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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