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가장 큰 이슈는 천도(遷都) 문제였다. 천도란 수도를 옮기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도라고 하면 중앙 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21세기 천도에는 이런 ‘토건적 천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 권한의 지방이양은 ‘문화적 천도’이다. 참여정부는 토건적 천도와 아울러 문화적 천도를 정권의 태생적 브랜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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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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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참여정부는 공기업 등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의 건설에 사활을 걸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문화적 천도라면,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토건적 천도다. 실로 참여정부가 실천하려고 힘 모았던 것은 토건적 천도였다. 문화적 천도에 인색했던 참여정부는 겉으로 분권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집권을 실천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그 예를 들어보자.
참여정부가 즐겨 사용했던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 한마디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줄을 서고 로비를 했다. 참여정부는 지방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혁신담당’과 4급을 팀장으로 하는 ‘주민생활지원과’를 만들게도 했다. 기존의 민원봉사실 또는 허가민원과 등이 있는 데에도 주민생활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면서 담당자의 직급까지 지정한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명령은 전국의 시ㆍ도에도 내려졌다. 전국의 시와 도에는 ‘혁신분권과’ 또는 혁신분권담당 그리고 4급 팀장이 이끄는 ‘주민생활지원과’를 설치하도록 했다. 분권과 참여를 외치던 정부가 집권과 획일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뀐 지금, 지방에는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전 정부에서 키워 놓은 조직을 자르라며 구조조정의 지침을 내려 보내놓고 보조금과 교부세로 목줄을 동여매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제 역사의 정부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지방에서 사람들은 어떤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지난 정부 때는 비록 되는 것은 없어도 희망만은 가지려 했다는 지방이 많았다. 그러나 분권과 참여 그리고 균형발전이라는 담론 자체가 실종된 지금의 정부에서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너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한다. 갈피 못 잡는 대규모 국책 사업들, 정권 담당자들의 무책임한 발언은 지방을 착잡하고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방에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정치와 정부의 권위를 급속히 추락시키고 있다.
“국민이 믿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세울 수 없다.(民無信不立)”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우리 국민은 지난 정부의 정권 실세들과 거래한 것이 아니다. 정부를 믿고 정부의 권위에 따랐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믿음은 깨지고 있다.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성장에너지는 고갈되고 빈곤과 원망의 정치를 거듭하게 된다. 슬프게도 지금 우리는 이러한 길로 빠져들고 있다.
두 번의 대통령 선거를 치른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는 이제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해야 할 사업이다. 혁신도시에 관해서도 일관성 없는 답변, 그리고 무책임한 변명으로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광역경제권 개발’이라는 실체가 모호한 말로 지금까지 추진해 오던 사업에 쐐기를 박아서도 안 된다. 정치란 설득과 납득으로 풀어가는 게임이다. 만약 지난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국가를 경영하는 정책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에도 경영에도 승기(勝機)가 있고 실마리가 있다. 지금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승기를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뀐다. 지금은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행동으로 표현될 시점이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2008-05-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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