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수입 소의 30개월 월령제한 등 핵심쟁점에서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존의 방침에서 대폭 후퇴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협상 타결 이후 여권의 당정협의회에서도 광우병 문제는 ‘첨부자료’로 추가될 정도로 광우병 논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무장관은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정부의 검토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내 책임 아래 협상을 했다.”는 주장을 무색케 했다. 정부는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지만 여론은 ‘졸속협상’ 주장에 기울어지는 이유다.
당정협의에서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계속 엇박자를 보여 불신을 가중시켰다. 통상마찰을 감수하면서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실제 이를 관철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괴담’과 일부 언론의 탓으로 돌리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부가 혈세를 들여 미 쇠고기를 홍보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혼란이 확산된 것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협상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괴담에 떠밀려 협상책임자들을 문책하게 되면 협상결과를 부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야권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재협상으로 기운 여론에 편승한 정치공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론의 향배를 감안하지 않은 채 단기 성과주의에 함몰됐던 협상 주역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국민을 섬기겠다는 새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다.
2008-05-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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