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경악케 한 혜진·예슬양 납치·살해 사건에 관해 수사본부가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용의자 신병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로써 이 사건에 대한 일차 수사는 마무리된 셈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개운치가 않다. 범행 동기와 과정, 그리고 용의자가 저질렀다는 추가 범죄와 관련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적잖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경찰 수사가 부실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 수사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은 ‘수사본부 직원’을 자처한 수사관이 그제 각 언론에 보낸 ‘양심 고백’ 이메일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익명의 수사관은, 용의자가 모두 세 차례 수사망에 걸렸지만 구체적인 조사 없이 풀어주었다고 실토했다. 아울러 증거 확보보다는 ‘우선 잡아다 족치라.’고 지시하는 고위간부의 욕심, 고위층의 부당한 지시에 ‘토씨 하나 달지 못하는’ 현장 간부의 무능력, 범인 잡아 특진하겠다며 공조수사를 외면하는 수사관들의 행태를 낱낱이 지적했다. 실로 이 시대 수사경찰의 자화상을 한눈에 펼쳐보인 것이다. 그런데도 경기경찰청은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보도진상문’을 내며 변명에 급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그제 실종아동 수사전담기구 설치를 비롯해 어린이 상대 범죄 예방에 최우선적 가치를 두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시스템이 밝혀진 대로라면 어떤 조직이 나오더라도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는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어 청장은 먼저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을 철저히 파헤쳐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부터 묻기를 바란다.
2008-03-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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