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은 신문의 얼굴이자 신문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자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1면은 신문사가 다양한 정보를 제시하는 신문사 시각과 철학을 응축하여 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면은 단순히 정보 전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신문사의 전략적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이미지 확대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한국언론재단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국내 종합 일간지들의 1면 보도에는 정치, 비리, 북한, 경제 및 산업, 외교 뉴스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국내 신문 1면은 정치 뉴스가 핵심적으로 생산되고, 기타 경제 및 외교 뉴스가 보완적으로 배치되는 패턴을 갖는다. 서울신문도 이와 같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 뉴스를 중심으로 물가 및 부동산 등의 경제 뉴스가 반복적으로 신문 1면을 구성한다.1면 하단 광고로 인해 게재되는 뉴스 정보량이 적을 뿐만 아니라, 뉴스 다양성도 비교적 낮아 보인다. 기사 글자체, 편집 디자인, 보도 사진 등도 다소 평이해 보여, 보다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국내 신문 시장은 전체 성장률이 감소하는 반면, 지나치게 많은 신문사가 공존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신문이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문사의 기본 철학은 유지하되,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독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신문 1면에 정치 뉴스가 많이 실리는 것은 모든 신문사들에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같은 정치 현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창의성과 차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1면 디자인 방식도 신문사마다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는 대부분 신문사들이 유사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신문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신문 1면 구성이나 전통에 파격과 혁신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1면 광고를 줄이거나 변형 광고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및 일본 신문은 1면 광고가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의 유력지에서는 광고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는 편이다. 광고 대신 핵심 기사 집중도를 높이거나 다른 지면 기사와의 연계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고비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신문사가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1면에서만큼은 광고보다는 뉴스를 통해 독자에게 직접 다가서는 전략이 요구된다.
1면 뉴스 기사 사진의 배치와 구성에도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1면 톱뉴스와의 연계성을 갖고 사진의 정보와 이미지 전달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연구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뉴스 내용 측면에서는 아시아와 글로벌 가치를 강조하는 것도 서울신문이 다른 신문과 구별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쟁점에만 집중되어 있는 기존 신문 1면 구조를 탈피하여 보다 아시아 및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1면을 구성하는 것도 시의적절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신문 1면에 다양하면서도 혁신적인 그래픽 또는 시각 정보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신문들을 살펴보면,1면에는 창의적인 그래픽 정보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제고한다. 반면, 서울신문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내 신문들은 단순하고 평범한 형태의 그래픽 정도만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 1면은 뉴스의 단순 전달이 아니라 주요 뉴스의 의미를 참신하게 재구성하여 독자들의 즐거움과 관심을 촉발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신문 1면은 전체 뉴스 기사를 요약하는 인덱스 기능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한국 사회를 통찰하고, 미래의 한국 사회 모습을 예측하고 안내할 수 있는 창의적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부터 내용이나 형식 측면에서 1면의 파격을 시도해볼 만한 시점이다.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8-03-0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