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장엄한 밤/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장엄한 밤/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8-01-25 00:00
수정 2008-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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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근신중이다. 음주의 내상(內傷)이 깊어서다. 차지게, 남부럽지 않게 마셨던 그다. 하지만 지금도 술 자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단다. 바깥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직업 때문이다. 그는 분위기를 곧잘 맞춘다. 물이나 차가 잔에 따라 양주가 되기도, 소주가 되기도 한다.‘맹물 폭탄주’도 마다않는다. 물도 홀짝홀짝 마시면 취하는 걸까. 이따금 2차까지 어울린 날은 필름이 끊긴단다. 내공이 깊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건보공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지방간, 고지혈 주의보다. 회사에서 받은 검진 결과가 공단에 통보된 모양이다. 건강식단, 운동, 절주 등의 조언 프로그램을 보내겠다고 했다.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술꾼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는데…. 필자도 진정한 술꾼의 경지에 이르진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삶의 갈증을 풀어줄 게 술뿐일까. 시인은 ‘장엄한 밤’을 준비하기 위해 술집으로 간다고 했다. 무조건 취하라고 권한다. 술이건 시건, 사람의 덕성이건, 좋을 대로 취하란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리는 밤이 즐겁지 않은가.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8-0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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