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기도/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의 기도/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입력 2007-12-26 00:00
수정 2007-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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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하던 날 새벽 밤새 뒤척이다 거실로 나선 순간, 부엌 쪽에서 불그스레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벽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발소리를 죽여가며 다가가니 촛불 아래 밥 한그릇을 놓고,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형들이 군에 갔을 때에도 어머니는 끼니 때마다 새로 지은 밥 한그릇을 따로 차려놓고 밤이면 촛불을 켜놓았다. 군에 간 자식이 언제 오더라도 따뜻한 밥부터 먹이고 싶다고 했다.

1년 후 첫 휴가 때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는 심사로 예고없이 집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려다 대문을 밀자 절로 열린다. 어둠 속 부엌의 불그스레한 불빛은 예전 그대로다. 현관의 걸쇠도 역시 열려 있다. 부엌엔 반쯤 타들어간 촛불 옆에 밥 한그릇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일어났는지 “얘야 왔니?”하며 단정한 모습의 어머니가 다가선다.

한달 남짓 지나면 아들이 군에 간단다. 아내는 벌써 새벽기도다. 아내의 정성이 그 옛날 어머니의 기도처럼 아들에게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었으면.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1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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