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누구를 믿어야 하나/ 홍희경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누구를 믿어야 하나/ 홍희경 정치부 기자

입력 2007-12-06 00:00
수정 2007-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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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5일 공식 발표 뒤 점심도 거르고 3시간 넘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례적이다. 전날 공개된 김경준씨 메모 때문이었을까.

검찰은 김경준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와 횡령 혐의를 인정했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관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명료하다. 지난 2002년 김씨를 기소중지할 때와 같은 결론이다. 그런데 질문은 끝이 없었다고 한다. 역시 김경준씨 메모 때문이었을까.

“지금 한국 검찰청이 이명박을 많이 무서워하고 있어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김씨의 메모가 공개되자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수사에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검찰대로 할 말이 있다. 열심히 한 수사가 김씨의 일방적 주장에 매도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김씨의 메모 때문이었을까.

삼성 비자금 특검법안이 통과되기 직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간사가 합의한 법안에 이의를 제기했다. 특검법안 수용 여론에 떠밀려 법안은 통과됐지만, 검찰의 치부와 직결되는 법안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돌연 입장을 바꾸려 했던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경준씨가 국내에 송환되고 BBK 공방이 한창이던 때에 한나라당이 돌연 ‘무대응 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BBK 사건 종결선언’을 했다. 이번 달초부터 한나라당은 아예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예언한 셈이다.

수사 발표 뒤에도 의혹이 남는다. 김경준씨 진술 번복이 수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점과 김씨의 다스 관련 혐의가 무혐의 처분됐다는 점이 메모와 맞아떨어진다. 메모가 ‘예언서’처럼 들어맞은 것 같은 모양새다.

믿어야 할 검찰 발표를 듣고도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유는 김경준씨 메모 때문만이 아니다. 메모를 전후한 사정이 자꾸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홍희경 정치부 기자 saloo@seoul.co.kr
2007-1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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