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어제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등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법원은 “검찰 자료를 검토한 결과, 피의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고 참고인 진술에 영향을 미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 청장은 “재판에서 결백이 가려질 것”이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전 청장의 유·무죄 여부는 이제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현직 국세청장의 구속을 지켜보면서 서글픔과 함께 세정(稅政)의 난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장은 국가조세권을 행사하고 지휘하는 수장이다. 가장 청렴하고 공정·투명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떻게 납세자들에게 성실납세를 요구할 수 있으며, 탈세자를 추상같이 다스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고위공직자가 정 전 청장뿐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또한 상납관행이 윗선에만 있다고 믿기도 어렵다.
이 사건은 청와대 비서관까지 끼어든 명백한 권력형 비리이자 전형적인 세무비리다. 세무공무원들은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거액을 챙기고, 비리 제보자의 신원을 공공연히 흘렸으며, 탈세방법까지 가르쳐줬다. 국가기관이 아니라 범죄조직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국세청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환골탈태하는 길밖에 없다. 청와대도 전직 비서관과 국세청장이 구속된 마당에 대국민 사과는커녕 언제까지 방관할 텐가.
2007-11-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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