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설거지 단상/ 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설거지 단상/ 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7-11-01 00:00
수정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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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주방 개수통에 수북이 쌓인 그릇들이 나를 기다린다. 맞벌이 아내를 도와주려고 시작한 설거지가 이젠 거의 내 몫이 돼 버렸다. 아내보다 일방적으로 설거지를 많이 하게 되면서 가끔 짜증을 부려본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다. 연애시절 무슨 콩깍지가 씌었던지,“결혼하면 물에 손 담그지 않게 해주겠다.”고 한 약속이 지금까지 두고두고 할말 없게 만든다.

딱 귀찮은 설거지지만 그래도 다소의 소득은 있다. 착실한 가사분담으로 어지간해선 아내에게 바가지를 긁히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상체운동도 된다. 팔뚝하고 어깻죽지, 어깨판 부위 등 남자들의 보통운동으로는 근력을 키울 수 없는 근육이 단련된다. 이건 약과다. 인생의 진리도 터득한다. 사람은 평생 아무리 깨끗하게 살았어도 지저분한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도 평소에 깨끗하게 씻고 닦아놔야 삶의 뒤끝이 깔끔한 법 아니겠나. 쓸데없이 욕심부려 재산을 많이 남겼다가 나중에 자식들 서로 원수지는 꼴 안 보려면, 재산 설거지도 미리미리 잘 해두는 게 지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7-11-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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