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벌써 고향에?’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한가위 연휴를 휘영청 보름달처럼 잘 지냈는데 돌아오는 길에 탈이 나고 말았다. 버스 운전사로선 잘 하려다 저지른 일인 데다가, 명절 끝이고 보니 손님들은 그를 그다지 탓하지도 못했다.

방송에서 고속도로가 막힌다며 난리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몇 시간 걸린다느니 뭐니…. 시시각각 달라질 도착시간을 알려 피곤을 더하나 하고 있는데 기사는 핸들을 국도 쪽으로 꺾었다. 자다가 가늘게 눈을 떴는데 버스는 인적이 싹 끊긴 길을 뛰고 있다. 과연 베테랑이라며 마음을 놓기도 잠시. 새까만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야산 앞에서 길이 끝났다는 것을 안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한 선배의 뼈아픈 기억도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승용차로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라디오에서 추억의 ‘별밤’이 흘렀다. 그런데 겨우겨우 고향 집에 이르러 한숨 돌리는 참인데 다시 ‘별밤’ 시그널이 울리더란다. 날이 바뀐 줄도 모르고 달린 것이다. 이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송한수 국제부차장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