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이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 심상정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민노당 경선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정당들과 비교할 때 그래도 선진정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범여권의 대표 정당을 자처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은 민노당 경선에서 배워야 한다.
민노당은 순회 경선을 통해 정책토론을 활발히 벌였다.1위를 달린 권 후보는 북한 혁명열사릉 방문 등 남북관계의 획기적 변화에 민노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색깔을 뚜렷이 했다. 권 후보의 조직표가 가동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정책선거에 충실했다. 당초 꼴찌로 여겨진 심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서민후보 이미지로 2등으로 도약했다. 심 후보는 매주 두세차례 공약을 발표하고, 사전준비가 돋보이는 정책자료집을 다양하게 내놓았다.
무엇보다 민노당 경선은 정당정치의 모범을 보여 줬다. 당이 마련한 경선 룰을 놓고 후보들간 잡음이 없었다. 또 당비를 낸 진성당원에게 투표권을 줌으로써 대통합민주신당처럼 동원 혹은 유령 선거권자 논란이 없었고, 온라인 투표를 병행했음에도 대리투표·공개투표 등의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
민노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하지만 그 이후 국민 다수를 껴안을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당 지지율은 정체상태에 빠졌다. 이번 대선후보 선출과정은 민노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다. 세번째 대통령에 도전하는 권 후보, 탄탄한 정책으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심 후보. 인물과 내용에서 흥행요소는 충분하다고 본다. 두 후보가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페어플레이를 펼쳐 진보·개혁적 민심이 민노당을 주목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07-09-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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