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귀신과 이성/이목희 논설위원

[길섶에서] 귀신과 이성/이목희 논설위원

이목희 기자
입력 2007-06-30 00:00
수정 2007-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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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각과 논리력이 출중한 한 후배가 “남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이번 한번만 얘기하고 다신 말 안하겠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귀신을 보았다고 했다. 출근 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평소 못보던 깔끔한 여자가 있었다. 간단히 목례를 했는데, 내릴 때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는 것이다. 같이 듣던 이들이 “에이….”하며 웃어넘기려 했다.

그런데 다른 후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자신이 얼마 전 겪은 일을 전했다. 저녁 늦게 술 한잔 하고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는데 누가 “아빠.”하고 불렀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려는데 “왜 그랬어.”라는 외침이 또 있었다. 후배는 십수년 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내의 중절수술을 지켜봐야 했다. 항상 마음에 걸리는 과거였는데, 그 아이인 듯싶다며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게 아닌가.

“몸이 허해져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들은 것”이라고 면박을 주고, 위로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일어났던 현상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 이성의 무력함이 확 몰려왔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7-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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