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와 한국 대통령/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기고] 선거와 한국 대통령/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입력 2007-06-27 00:00
수정 2007-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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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은 ‘공무원 노무현’의 선거중립의무와 ‘정치인 노무현’의 정치행위의 허용범위를 힘들게 구별한 고심의 결과였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결정이 현실에 맞지 않아 지키기 어렵고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보통 헌법소원이란 국가기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국민의 권리구제 수단으로 본다.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이 한수 아래의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의 결정에 항변하는 모양새이기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하고 정치권과 언론은 대단히 냉소적이다.

우리는 여기서 과연 현직 대통령이 말 그대로 무법자인가 아니면 그의 항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인가를 짚어봐야 한다. 우선 선거법 제9조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범위에 입법 당시 대통령까지를 포함시켰는지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공무원이라면 정치적 중립을 법적으로 전제하고, 공무원 시험과 같은 비정치적인 임용방법으로 채용되므로 선거법 제9조는 일반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주의환기와 의무확인 정도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대통령은 특정정파를 대표해서 특정 지지계층의 정치적 지지를 통해 선출된 공직자이다. 공무원의 권리와 의무에 대통령과 일반공무원을 함께 묶는 것은 합당치 않기에 선거법 제9조의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나아가 대통령의 정치와 선거에 대한 개입과 중립성 유지라는 이율배반적인 관계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불평은 민주화가 시작된 문민정부의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표출되기 시작했다. 군사독재 정권시기에는 군대·안기부·언론 등이 주요한 정치적 수단이었지만 사회 각 분야의 민주화는 대통령의 주요 정치수단을 말과 정당을 통한 통치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과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임기말에 탈당은 했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 공천과정에서 절대적 공천권을 행사했던 총재직을 겸직함으로써 대통령의 중립의무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시켜 버렸다. 그동안 각종 선거를 디자인하고 공천권을 행사하던 대통령들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요구한 것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선거개입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치명적이고 관권선거를 일상화시킬 수 있으므로 분명 경계해야 한다. 작금의 대통령 고발과 선거법 위반 결정 그리고 헌법소원 제기와 같은 일련의 사태는 대통령 정치행위의 법적 한계에 대한 사회적 재합의 내지 명문규정을 필요로 한다. 선거법 제9조의 특별법으로서 가칭 ‘대통령의 선거와 정치적 중립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선거와 한국 대통령의 이율배반성과 비현실성을 종식할 때가 되었다.

정당민주정치를 구가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정치인 자격을 박탈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완성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 비롯되기에 대통령의 선거중립과 정치적 자제 또한 절실하다. 이에 선거와 한국대통령간의 이율배반적 관계는 현행법과 당사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입법부재의 문제로 보는 것이 보다 건설적 비평이 아니겠는가.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2007-06-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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