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여름 하면 맨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배낭여행이다.1970∼80년대를 되돌아보면 해외여행은 꿈같은 이야기로 특별한 이들에게 부여된 혜택, 아니 도전쯤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굳이 배낭여행이라 하지 않더라도 해외로 가는 것은 특이할 것이 없는 시대가 됐다.
요즘 젊은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대부분이 배낭여행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여행 경비에서부터 일정 계획에 이르기까지 혼자 힘으로 철저히 준비, 경험한 후의 쾌감은 분명 젊은 시절 가장 의미 있는 기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배낭여행으로 유명한 여행지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상징물들이 있다. 로마 하면 떠오르는 고대 유적지나 유럽 각지에 있는 유명 미술관,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 등은 그 존재만으로 상당한 관광수입을 창출한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빈치 코드’ 효과가 컸겠지만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만 730만명이나 된다.
지역 자체가 유명한 곳도 많지만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도 유명 건물 하나를 보기 위해 특정 지역을 찾아가는 관광객들도 상당하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명물들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주류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공장을 견학하거나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10월의 맥주 축제 등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인파를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국내에도 내로라하는 주류 기업들이 많다. 이들의 역사와 역량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관광 상품을 만들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주, 맥주 브랜드 업체들이 갖는 기업역사와 자사의 브랜드에 대한 자존심은 막걸리 등의 전통주와 함께 충분히 세계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인사동 명물거리가 전통주와 함께 하는 우리 전통 음식축제의 거리로, 강원도 등 소주 제조공장이 있는 곳은 천혜의 관광 자원과 함께 하는 견학 코스로, 서울의 청계천 광장이 음악과 공연 예술, 그리고 한 잔의 술이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축제의 장으로 세계 유명 여행 가이드 서적의 몇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날을 꿈꾼다.
술은 예술과 문화의 일부분이다. 향과 맛, 색깔을 음미하고, 술자리에 함께 해 더 없이 정겨운 사람들에 취하다 보면 저절로 흥에 겨워진다. 언제 어디서라도 술이라는 매개체는 음악과도 어울리고, 조각, 그림 전시와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다시 말해 술 자체만이 아니라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한국만의 새로운 아이템들로 세계를 공략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물론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는 때로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술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무시할 수도 없다.
주류 업계가 단순히 술, 즉 제품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로 여러 사업들을 기획해 기업의 사회 공헌을 늘리고, 또 바람직한 기업의 움직임을 제대로 알려 나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기선 두산 주류BG 사장
2007-06-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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