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봄 프랑스 전역은 새 고용법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최초고용계약(CPE)제에 반발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 정부를 압박했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저지하는 경찰과 이에 맞서 돌과 화염병, 보도블록 등을 던지며 저항하는 학생들…. 폭력시위가 빈발하자 파리의 소르본 대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휴업에 들어갔다. 시위가 장기화되자 한편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파리의 팡테옹 광장에서 250명의 학생들이 학습할 권리를 외치며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어 학생과 일반 시민 2000여명은 파리시내에서 가두행진을 하며 대학봉쇄는 학습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시위에 반대하는 시위를 보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신기하기만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시위 반대 시위가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그제 경기도 과천의 정부종합청사 앞 운동장에서 하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30∼40대 주부 200여명이 모여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모의수능고사가 치러진 이날만큼은 시끄러운 집회를 하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과천 중앙고의 학부모들이 뭉친 것이라고 한다.
과천 중앙고는 언제부터인가 공식 집회장으로 변한 청사 맞은편 운동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북과 꽹과리, 확성기를 동원해 구호와 함성, 운동가요를 쏟아내는 시위와 집회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수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 운동장에서 모두 75차례 집회와 시위가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중앙고 학생들은 닷새에 한 번꼴로 집회소음에 시달린 셈이다. 그동안 학교측과 학부모들이 관계당국에 소음대책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불법 집회와 시위도 여전하다. 오죽하면 어머니들이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생각을 했을까. 어머니들은 ‘내 권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남의 권리 배려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교육비에 등골 휘고, 거리에서 시위해야 하고….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이래저래 자식 키우기가 힘들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국내에서도 최근 시위 반대 시위가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그제 경기도 과천의 정부종합청사 앞 운동장에서 하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30∼40대 주부 200여명이 모여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모의수능고사가 치러진 이날만큼은 시끄러운 집회를 하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과천 중앙고의 학부모들이 뭉친 것이라고 한다.
과천 중앙고는 언제부터인가 공식 집회장으로 변한 청사 맞은편 운동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다. 북과 꽹과리, 확성기를 동원해 구호와 함성, 운동가요를 쏟아내는 시위와 집회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수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 운동장에서 모두 75차례 집회와 시위가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중앙고 학생들은 닷새에 한 번꼴로 집회소음에 시달린 셈이다. 그동안 학교측과 학부모들이 관계당국에 소음대책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불법 집회와 시위도 여전하다. 오죽하면 어머니들이 시위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생각을 했을까. 어머니들은 ‘내 권리 주장도 중요하지만 남의 권리 배려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교육비에 등골 휘고, 거리에서 시위해야 하고….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이래저래 자식 키우기가 힘들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06-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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