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정부 산하기관 3곳이 합동으로 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야당 대선주자의 정책공약에 대해 친절하게도 정부가 검증작업까지 벌인 것이다. 배경과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사를 벌인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의 합동 조사팀은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함구해 왔다. 돈 들인 조사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도 의문이다.
정치공작용 기획보고서라는 이 전 시장측 반발을 들지 않더라도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사안이다. 건교부는 군색한 해명만 늘어 놓았다.“대운하가 사회적 관심이 됨에 따라 수자원공사가 1998년에 벌인 타당성 조사를 기초로 실무차원에서 물가상승률과 물동량 변화 등 여건변화를 고려해 재분석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자료를 업데이트한 수준으로, 현장조사 등은 벌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책상에 앉아 몇몇 수치만 바꿔 계산한 조사결과라는 얘기다. 건교부는 이 ‘부실자료’를 지난달 초 청와대에 버젓이 보고했다. 청와대가 검토를 지시한 바도 없는데 알아서 보고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엊그제 “제 정신 가진 사람이면 대운하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충분한 검토 없이 한 발언이면 무책임한 공세이고, 건교부의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야당 후보에 대한 공세에 정부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주요 대선주자의 핵심공약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민간 전문가와 언론 등 제3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노 대통령의 대선발언으로 정부의 선거중립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 대운하 보고서가 특정주자 흠집내기용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지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2007-06-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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