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종삼이…” 세월을 이보다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 강산이 세 번 변하려 할 즈음, 고교동창인 녀석은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누구? 먼지 뿌연 기억을 허둥지둥 더듬으려는데 전화 너머 녀석은 아예 그런 수고조차 허용치 않았다.27년의 시간을 사흘 어름으로 싹둑 잘라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사진 보니 너 하나 안 변했더라고, 네 글 종종 읽고 있노라고, 자기가 모임 총무인데 처음으로 다음 달에 3학년 4반 반창회를 연다고, 장소가 대전이라 좀 멀다만 웬만하면 꼭 오라고,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
전화 벨소리만큼 예고 없이 고3의 추억은 이렇게 불쑥 찾아왔다. 양은 도시락에, 들기름 냄새와 발냄새가 뒤섞인 교실 나무바닥, 대걸레 줄빠따와 교련선생님의 돌려차기,3㎝ 앞머리에 목숨 걸던 아이들, 점심 때 학교 담 넘어 찾아간 친구 자취방의 라면 맛….
종삼이가 일러준 인터넷 카페에 녀석들이 있었다. 아니 녀석들 얼굴을 머금은 아저씨들이 있었다. 반갑다, 대체 어디서 뭣들 하고 지냈냐? 너흰 웃는데 왜 난 자꾸 코가 시리냐….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전화 벨소리만큼 예고 없이 고3의 추억은 이렇게 불쑥 찾아왔다. 양은 도시락에, 들기름 냄새와 발냄새가 뒤섞인 교실 나무바닥, 대걸레 줄빠따와 교련선생님의 돌려차기,3㎝ 앞머리에 목숨 걸던 아이들, 점심 때 학교 담 넘어 찾아간 친구 자취방의 라면 맛….
종삼이가 일러준 인터넷 카페에 녀석들이 있었다. 아니 녀석들 얼굴을 머금은 아저씨들이 있었다. 반갑다, 대체 어디서 뭣들 하고 지냈냐? 너흰 웃는데 왜 난 자꾸 코가 시리냐….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7-05-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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