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정치’와 ‘스포츠’/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옴부즈맨 칼럼] ‘정치’와 ‘스포츠’/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입력 2007-05-22 00:00
수정 200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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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한 후보는 연 평균 6% 성장을 약속하였다. 이에 뒤질세라 다른 후보는 7% 성장공약을 내어 놓았다. 잘 알다시피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4% 대에 머물러 있다.7% 성장을 약속했던 그 후보는 상대 후보가 6% 공약을 약속하는데 뒤질 수 없어서 7%를 약속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어떤 언론매체도 6%,7% 경제성장의 알맹이와 실현 가능성을 조목조목 따져 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2007년의 대통령 선거전이 한참 무르익은 지금, 약속이나 한 듯이 7% 성장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여, 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약속을 종합하면 누가 되든 경제는 좋아지고, 사회는 평안하며, 미래는 밝아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유권자는 몇이나 될까? 필자의 주변을 돌아보면 정치에 대한 관심, 정치에 대한 기대, 정치에 대한 희망이 부쩍 줄어든 느낌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민주주의 성숙과정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높아야 했던 최근의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나 개인의 생활에서 정치 이외의 영역이 훨씬 더 중요해진 것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줄어든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겉으로 내세우는 공약과 달리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 듣는 정치권의 소식 중에는 그다지 밝은 뉴스는 별로 없다. 한 편에선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서로 갈라져서 미래를 기약하자고 하고, 다른 한편에선 시합의 규칙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인다. 언론은 이를 고스란히 독자,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지루하게 계속되는 정치권의 공방을 바라봐야 하는 유권자의 심정은 어떠할까?이러한 공방 속에서 관심과 기대와 희망이 우러날까?

여기서 새삼스레 정치와 유권자 사이에 있는 언론의 역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이제는 기념식장에 참석한 두 정치인이 악수만 하고 행사 내내 서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는 구태의연한 유형의 기사는 줄어들기 바란다.

여권 내 또는 야당 안에서 서로 주고받는 말싸움의 공방을 생중계하는 것도 식상한 느낌이다. 자칭 정치전문가들이야 그런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함축되어 있는 정치적 의미를 캐내려고 하겠지만 보통 사람인 독자들에게는 그 말이 그 말처럼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동안 여러 언론 학자의 연구결과 우리 언론의 선거관련 보도가 긍정적 뉴스보다는 부정적 시각에 치중하고, 정책보다는 인물에 치중하며, 선거전략과 세몰이 중심의 보도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정적이고 정치공학적인 언론보도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유발하는 것이다.

문제는 진단이 아니고 처방이다.2007년 언론의 선거보도는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극단적인 처방은 지금까지와 정반대의 방향일 것이다. 우선 독자가 보기에 수수께끼와 같은 정치인간의 공방이나 말싸움은 크게 줄일 필요가 있다. 대신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약속이 정말 실현 가능한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솔직하고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서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유권자도 그냥 구경꾼은 아니다. 정치의 영역이 많이 줄어들기는 하였지만 공적인 영역으로서의 정치가 유권자 개개인의 생활에, 미래에 아직도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신문이 대선정책평가단을 구성해 정책선거 제안을 시도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서울신문의 기획이 처음 시도되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보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알찬 기획이 되기를 바란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2007-05-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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