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우익테러/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우익테러/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입력 2007-04-19 00:00
수정 2007-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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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가 권총 테러로 술렁거린다. 나가사키 시장이 테러범에게 총탄 2발을 맞고 숨진 사건이 일어나서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 참사 직후 발생한 터라 충격이 더 크다고 한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개인의 총기 소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4선을 노리며 유세하던 시장이, 그것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역전 번화가에서 습격을 당했으니 열도가 어찌 경악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범인은 폭력조직 ‘야마구치’의 분파 회장 대행이다. 그래서 핵피폭 도시의 시장으로서 반핵을 외치다 테러를 당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일본 정치인에 대한 테러는 주로 일왕, 야스쿠니 신사 참배, 북한 등 우익들이 집착하는 이슈를 둘러싸고 발생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쇼와 일왕에 전쟁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이토 시장의 전임자가 우익단체 간부에게 총격을 받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한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 집에 불을 지른 것도 우익단체 회원이었다. 대북 유화정책의 소신을 폈던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도 총기테러를 당했다. 멀리는 1960년 아사누마 이네지로 사회당 위원장이 연설도중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까지 우익테러의 역사는 뿌리깊다.

일본 조직폭력배(야쿠자)들은 총 한자루씩은 갖고 있는 것으로 경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군기강이 허술해진 러시아를 통해서 몰래 들여온다고 한다. 치안 선진국이라곤 하지만 야쿠자들의 총기 단속에는 손이 미치지 않는 형편인 것이다. 선거운동 중에 유력후보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 일본 경찰의 체면도 크게 구겨졌다.

경찰 수사로는 도로 공사현장을 지나던 범인의 승용차가 손상되자 무리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시가 응하지 않자 책임자인 시장을 “죽일 셈”으로 범행한 것으로 돼 있다. 이권 배분에 불만을 품은 짓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익단체와 밀접한 거대 폭력조직원이 단순히 금전상의 이해관계 때문에 총질을 했겠느냐는 의문도 든다. 마이니치 신문이 어제 사설에서 “태연하게 사람을 쏜 대담함이 꺼림칙하다. 수사당국은 배후관계를 철저히 밝혀내라.”고 주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4-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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