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테드 번디/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테드 번디/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4-18 00:00
수정 2007-04-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1970년대 미국에 등장한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는 범죄사상 특이한 현상을 여럿 남겼다. 번디가 여성 30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경악했다. 그들이 갖고 있던 연쇄살인범 이미지를 송두리째 뿌리 뽑았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이란, 볼품없는 외모에 사회적 신분은 하층에 속해 정상적인 성적(性的) 교제가 매우 어려운 인물이어야 했다. 그래서 극악한 범죄를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짐승이어야 했다.

테드 번디는 달랐다. 시애틀대 법대를 다닌 이 청년은 변호사나 검사를 희망하는 엘리트였으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스스로 변호를 맡아 능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미소년 풍인 외모는 상당한 성적 매력을 풍겼다. 번디는 이성교제를 활발히 할 좋은 조건을 갖춘 것이다. 그래서 일부 매스컴은 ‘신사답고 깔끔한 법학도’니,‘자비롭기까지 한 살인자’니 하는 식으로 치장했고 그에게는 적잖은 열성 팬들이 생겼다. 번디는 재판 도중에 그 가운데 한 여성과 결혼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그러나 번디는 본질적으로 교활하고 잔인한 살인마에 불과했다. 그는 여성의 경계심을 풀고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멀쩡한 팔에 깁스를 하는 등 환자 행세를 했다. 그러고는 도와달라는 구실로 희생자를 제 차로 유인해 살해했다.‘착하고 잘 생긴’ 외모를 범죄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화성 일대에서 20∼50대 여성 4명이 잇달아 행방불명된 ‘연쇄실종 사건’을 두고 범죄 분석가인 표창원 경찰대 교수가 ‘테드 번디형’ 연쇄살인이 국내 최초로 벌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실종자 대부분이 버스 정류장에서 사라진 데다 그 일대를 정밀수색했는데도 유류품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네 명의 휴대전화 모두가 비슷한 지역에서 꺼졌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실종자들이 남의 차량을 얻어타고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뒤 희생됐으며, 그러려면 차량 운전자(범인)는 테드 번디처럼 남에게 호감을 주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번디는 ‘착한 얼굴의 악마’였다. 번디형 범죄가 거듭된다면 선량한 태도로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더이상 고마워하기 힘들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범인을 하루빨리 잡는 일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4-18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