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학교폭력 예방책 이라고요?/박지윤 기획탐사부 기자

[오늘의 눈] 학교폭력 예방책 이라고요?/박지윤 기획탐사부 기자

입력 2007-02-15 00:00
수정 200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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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2 학생을 둔 40대 어머니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경남 김해에 사는 어머니는 “동료 학생으로부터 눈주변 등을 얻어 맞은 아들이 눈자위에 검은 물질이 생기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됐다.”고 했다.

가해자 부모는 치료비를 줄 수 없다고 하고, 학교는 치료비 문제엔 관심도 없고 폭력발생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협박한다는 게 어머니의 하소연이었다. 이게 학교 폭력의 현실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법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학교는 폭력을 나서서 해결하기는커녕 감추기에 급급하다.

학생 폭력을 예방하고 뿌리뽑는 칼자루를 손에 쥔 교장은 폭력예방과 피해학생 보호에는 관심이 없고 ‘학교 보호’에만 열중이다. 그러는 사이에 맞은 학생의 신체는 멍들어 가고,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학교폭력예방법이 ‘법따로 현실따로’라는 사실은 관심있는 학부모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교육인적자원부는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새로운 학교폭력대책을 내놨다. 가해학생의 학부모에게 일정 기간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교육을 받은 부모가 집으로 돌아가 가해한 아들·딸에게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자는 취지야 나무랄데 없다. 하지만 과연 현실은 그럴까.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신순갑 정책위원장은 “가해자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매일 생계를 꾸리기도 급급할 텐데 교육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폭력을 행사한 학생들의 가정형편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런 정책을 내놨는지 의문이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가정이었다면 학교폭력을 일으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또래그룹’을 만들어 학교폭력을 크게 줄인 충북 제천 의림여중의 사례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발표했더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부의 이번 정책이 유명무실한 학교폭력예방법의 연장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지윤 기획탐사부 기자 jypark@seoul.co.kr
2007-02-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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