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를 기록했다. 참여정부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국내총소득(GNI) 증가율은 고유가와 환율 강세, 정보기술(IT) 제품단가 하락 등으로 GDP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에 머물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자랑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여기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이유다. 게다가 최근 우리 경제를 나홀로 견인해온 수출도 지난해 4·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1%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여전히 바닥세를 헤매고 있는 민간소비와 큰 폭으로 떨어진 설비투자 증가율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가 가까운 장래에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투자의 주체인 기업이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 대한상의가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5%)이 3년 후의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취임 20주년 소회를 밝히면서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연간 성장률이 우리보다 2배를 웃도는 중국의 추격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효율성’을 앞세워 사사건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지출을 대폭 늘렸음에도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0.7%포인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4.3%포인트는 민간부문에서 이룩한 성과다. 그렇다면 민간이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정치와 선거논리가 경제의 흐름을 왜곡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공급부문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2007-01-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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