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돼지입니다. 전세계에 1000여종이나 퍼져 있는 보통 돼지가 아니라 한민족과 수년천 고락을 함께해 온 이땅의 돼지입니다. 여러분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압니다. 비록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한두 세대 전만 해도 제 자식을 남에게 낮춰 표현할 때 ‘가돈(家豚)’이라고 했습니다.‘우리집 돼지’라는 뜻이지요.‘돈아(豚兒)’‘돈식(豚息)’‘미돈(迷豚)’도 같은 말입니다. 그밖에 자식을 비유한 말로 ‘돈견(豚犬)’이 있지만, 역시 저를 개에 앞세웠습니다. 그만큼 개보다 가깝게, 어여쁘게 봐주신거죠.
한민족 역사에서 저는 계층에 구분없이 사랑받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를 보아도 고구려·신라에서는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저를 선택했고, 제 덕에 도읍을 옮기거나 아들을 본 고구려 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정말 사랑한 건 역시 서민들입니다. 지금도 혼인·환갑 등 경사로운 동네 잔치에는 제가 당연히 주역입니다. 고사 상에도 제가 올라앉지 소머리 올린 거 보았습니까. 흔히들 소 한마리 잡으면 버릴 게 없다지만 저도 뒤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삼겹살입니다.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에서 두루 발달한 순대, 최근 들어 가족 단위 외식으로 사랑받는 감자탕, 이 모두 제가 살과 피와 뼈 등 온 몸을 제공한 덕에 탄생한 음식들입니다.
올해는 12년 만에 찾아온 저의 해입니다. 게다가 ‘황금돼지 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들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 요즘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저를 그토록 사랑해 주시는 서민 여러분의 삶이 너무나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꿈에서 만나면 재물운이 있다고 다들 좋아하십니다. 저 사실은 게으른 동물 아닙니다. 밤마다 부지런히 여러분 꿈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일 있더라도 희망 잃지 마시고 돼지꿈 이루십시오. 여태껏 그래왔듯 건강은 제 온몸을 던져 지켜드릴 테니까요.
정치하시는 분, 기업하시는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정말 서민들을 위해서 뛰어주세요. 욕심만 차리다 ‘돼지보다 못한 ×’ 소리 들으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저도 싫고요. 서민 여러분 모두가 열심히 살아서 ‘부∼자’되는 일, 이것이 저 황금돼지가 올해 꾸는 꿈입니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한민족 역사에서 저는 계층에 구분없이 사랑받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를 보아도 고구려·신라에서는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저를 선택했고, 제 덕에 도읍을 옮기거나 아들을 본 고구려 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정말 사랑한 건 역시 서민들입니다. 지금도 혼인·환갑 등 경사로운 동네 잔치에는 제가 당연히 주역입니다. 고사 상에도 제가 올라앉지 소머리 올린 거 보았습니까. 흔히들 소 한마리 잡으면 버릴 게 없다지만 저도 뒤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삼겹살입니다.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팔도에서 두루 발달한 순대, 최근 들어 가족 단위 외식으로 사랑받는 감자탕, 이 모두 제가 살과 피와 뼈 등 온 몸을 제공한 덕에 탄생한 음식들입니다.
올해는 12년 만에 찾아온 저의 해입니다. 게다가 ‘황금돼지 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들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 요즘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저를 그토록 사랑해 주시는 서민 여러분의 삶이 너무나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저를 꿈에서 만나면 재물운이 있다고 다들 좋아하십니다. 저 사실은 게으른 동물 아닙니다. 밤마다 부지런히 여러분 꿈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일 있더라도 희망 잃지 마시고 돼지꿈 이루십시오. 여태껏 그래왔듯 건강은 제 온몸을 던져 지켜드릴 테니까요.
정치하시는 분, 기업하시는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정말 서민들을 위해서 뛰어주세요. 욕심만 차리다 ‘돼지보다 못한 ×’ 소리 들으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저도 싫고요. 서민 여러분 모두가 열심히 살아서 ‘부∼자’되는 일, 이것이 저 황금돼지가 올해 꾸는 꿈입니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1-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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