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천성에 대한 성선설이나 성악설은 어느 게 옳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근거와 관점을 달리해서 접근한 것일 뿐, 둘 다 말이 되는 얘기여서다. 인간의 이중성(Duality)이 문학과예술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때론 천사 같고, 때론 악마 같은 인간의 본성 때문일 것이다.
영웅도 마찬가지다. 살짝 뒤집으면 악당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전쟁영웅은 살인마와 동일선상에 놓아도 무방한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 속 슈퍼맨처럼 선(善)만을 위해 싸우는 절대영웅(Superhero)은 드물다. 몽골에서 칭기즈칸이, 일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영웅으로 추앙받을지는 몰라도, 처참하게 짓밟힌 우리에겐 전범이요, 학살자일 뿐이다. 왜군의 침입에 맞서 정당방위에 임한 이순신 장군과는 차원이 한참 다르다. 전쟁명분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갖다 붙여도 정복전쟁의 영웅이란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의 평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흥미롭다.AP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부시를 올해 최고의 악당이자 영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1000명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응답자의 25%가 부시를 올해 최고의 악당으로 꼽았다. 다음은 오사마 빈 라덴(8%),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6%),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2%) 순이다. 후세인이나 라덴의 추종자들이면 모르되, 자기 나라 대통령이 더 악랄하다는 미국민의 시각은 참 의외다. 부시는 영웅부문에서도 1위(13%)를 차지해 겨우 체면을 살렸다. 부시에 대한 혐오와 지지가 극명해서 이런 해괴한 결과가 나왔겠지만, 민심은 이렇게 야박하고 냉정하며, 나쁜 쪽만 부각시키는 속성을 지녔으니 어찌하겠는가.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국정을 엉망으로 이끌어 국민의 지탄에 직면하면 ‘역사의 평가’를 곧잘 들먹였다. 지금은 악당 취급 받아도 미래엔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임중 업적에 대한 빛과 그림자는 경험상 현재나 후대나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있을 때 잘하는 게 최선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영웅도 마찬가지다. 살짝 뒤집으면 악당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전쟁영웅은 살인마와 동일선상에 놓아도 무방한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 속 슈퍼맨처럼 선(善)만을 위해 싸우는 절대영웅(Superhero)은 드물다. 몽골에서 칭기즈칸이, 일본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영웅으로 추앙받을지는 몰라도, 처참하게 짓밟힌 우리에겐 전범이요, 학살자일 뿐이다. 왜군의 침입에 맞서 정당방위에 임한 이순신 장군과는 차원이 한참 다르다. 전쟁명분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갖다 붙여도 정복전쟁의 영웅이란 가해자와 피해자의 처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민의 평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흥미롭다.AP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부시를 올해 최고의 악당이자 영웅으로 선정했다고 한다.1000명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응답자의 25%가 부시를 올해 최고의 악당으로 꼽았다. 다음은 오사마 빈 라덴(8%),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6%),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2%) 순이다. 후세인이나 라덴의 추종자들이면 모르되, 자기 나라 대통령이 더 악랄하다는 미국민의 시각은 참 의외다. 부시는 영웅부문에서도 1위(13%)를 차지해 겨우 체면을 살렸다. 부시에 대한 혐오와 지지가 극명해서 이런 해괴한 결과가 나왔겠지만, 민심은 이렇게 야박하고 냉정하며, 나쁜 쪽만 부각시키는 속성을 지녔으니 어찌하겠는가.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은 국정을 엉망으로 이끌어 국민의 지탄에 직면하면 ‘역사의 평가’를 곧잘 들먹였다. 지금은 악당 취급 받아도 미래엔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평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재임중 업적에 대한 빛과 그림자는 경험상 현재나 후대나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있을 때 잘하는 게 최선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12-30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