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루아얄/함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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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입력 2006-11-21 00:00
수정 2006-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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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루아얄 돌풍’이 거세다.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이 당 대선후보로 당선되면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을 뜻하는 단어가 ‘르 프레지당(Le President)’으로 남성형만 존재하지만 앞으로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뜻의 ‘라 프레지당트(La Presidente)’가 추가돼야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유력주자 니콜라 사르코지를 위협하는 루아얄의 상품성은 여러가지다. 가장 큰 강점은 그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여성 지도자들은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로 ‘철(鐵)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골다 메이어 전 이스라엘 총리도 강인함으로 승부를 건 케이스다.

하지만 루아얄의 경우는 여성성을 오히려 무기로 내세우며 전략을 세우고 있다. 루아얄이 유력주자로 떠오르자 당내 중진들 사이에서 “공화국 대선은 미인대회가 아니다.”“누가 아이들을 돌보나?”라며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지만 루아얄은 오히려 네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아동복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이후 여성지 ‘엘르’를 비롯해 각종 시사주간지의 표지를 연타로 장식했다. 집권당의 연이은 정책실패에 실망하고 음모와 술수, 암투를 연상케 하는 기존의 남성 정치인들에게 식상한 대중이 신선한 인물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그 해답임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루아얄은 수수하면서도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외유내강형의 당찬 정치인이다.

2007년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Ipsos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유권자들이 루아얄을 좋아하는 이유로 37%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은 루아얄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이 무엇임을 보여준다. 프랑스 정치계는 남성중심적인 전통이 있다. 루아얄은 이런 점을 익히 간파한 듯하다. 그는 대선 구호로 ‘모두를 위한 약진, 개인에 대한 존중’과 함께 ‘정치는 바뀌어야 한다’를 정했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외친다.“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6-1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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