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간 딸은 예전엔 참 서러운 존재였다. 시집살이가 고달픈 건 말할 것도 없고, 모처럼 찾은 친정의 식구들도 출가외인이라 해서 거리를 두는 경우가 꽤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 하나 달랑 믿고 여필종부한다지만, 혼인과 동시에 친정에서 시집으로 호적을 옮겨갈 때 그 착잡하고 서글픈 심정이란 겪어 본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사회관습과 법규에서 남녀평등이 하나하나 바로잡혀 가는 요즘, 출가외인이란 소리는 먼 옛날 얘기처럼 들린다. 가족법 개정(1989년), 남녀차별금지법 제정(1999년), 호주제 폐지(2005년 3월)에 이어 지난해 7월 이루어진 ‘여성의 종중(宗中) 참여’란 대법원 판결은 양성평등 문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사회 각계의 거센 여풍(女風)에 남성의 ‘과잉특권’은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여성에게 뭔가 자꾸 빼앗기는 듯한 느낌을 갖는 남성들 사이에 ‘사면처가’(四面妻家)란 우스갯말이 유행할 정도로 세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저만치 사라져가는 출가외인이란 단어를 잠시 불러세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경호실법 시행령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법률상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자녀는, 원한다면 퇴임 후 7년동안 대통령경호실의 호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시행령상 출가한 딸은 전직 대통령과 함께 살더라도 호위대상이 아니라는 예외 조항이 있다. 그래서 개정안을 통해 이 조항을 없애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이 “그럴 필요 있느냐.”면서 의결을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전직 대통령의 자녀를 경호하는 문제도 그 필요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개정안은 출가한 딸을 둔 노 대통령이 당장 수혜자다. 그런데 시집간 딸은 물론이고 장가간 아들도 경호대상에서 빼라고 한 셈이 됐다. 임기내내 곳곳에 평등의 가치를 심어 온 대통령은 아마 빼려면 아들과 딸을 같이 빼는 게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이 개정안의 입법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맹활약했다는데, 양성평등 구현의 ‘구멍’이 이런 외진 법령 속에 숨어 있는 걸 용케 알아낸 노력이 가상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사회관습과 법규에서 남녀평등이 하나하나 바로잡혀 가는 요즘, 출가외인이란 소리는 먼 옛날 얘기처럼 들린다. 가족법 개정(1989년), 남녀차별금지법 제정(1999년), 호주제 폐지(2005년 3월)에 이어 지난해 7월 이루어진 ‘여성의 종중(宗中) 참여’란 대법원 판결은 양성평등 문화에 가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됐다. 사회 각계의 거센 여풍(女風)에 남성의 ‘과잉특권’은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여성에게 뭔가 자꾸 빼앗기는 듯한 느낌을 갖는 남성들 사이에 ‘사면처가’(四面妻家)란 우스갯말이 유행할 정도로 세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저만치 사라져가는 출가외인이란 단어를 잠시 불러세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경호실법 시행령 개정안’에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법률상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및 자녀는, 원한다면 퇴임 후 7년동안 대통령경호실의 호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시행령상 출가한 딸은 전직 대통령과 함께 살더라도 호위대상이 아니라는 예외 조항이 있다. 그래서 개정안을 통해 이 조항을 없애려고 했는데, 노 대통령이 “그럴 필요 있느냐.”면서 의결을 보류시켰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발 더 나가 전직 대통령의 자녀를 경호하는 문제도 그 필요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개정안은 출가한 딸을 둔 노 대통령이 당장 수혜자다. 그런데 시집간 딸은 물론이고 장가간 아들도 경호대상에서 빼라고 한 셈이 됐다. 임기내내 곳곳에 평등의 가치를 심어 온 대통령은 아마 빼려면 아들과 딸을 같이 빼는 게 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이 개정안의 입법을 위해 여성가족부가 맹활약했다는데, 양성평등 구현의 ‘구멍’이 이런 외진 법령 속에 숨어 있는 걸 용케 알아낸 노력이 가상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11-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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