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 3 수험생들의 관심만큼이나 대학 입시 제도의 하나인 통합형 논술시험을 둘러싸고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예비하고 보장하는 교육 문제인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대학입시 제도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쟁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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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탁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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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탁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우리는 이들에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하고 다시 물어야 하고, 그 책임과 의무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당국은 일선 학교에서 통합형 논술을 지도할 교사들을 위해 인적, 물적 투자를 해야 한다. 일부 교육청에서 교사 연수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최종 수혜자인 학생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대학은 그저 입시제도를 입안하여 발표하고는 우리 학교에 들어오려면 무조건 이를 따르라고 요구만 했다. 대학도 공교육 정상화라는 맥락에서 입시제도를 수립하고, 이렇게 세워진 입시제도의 실상을 숨기지 않고 알려야 한다.
일선 학교나 교사들은 논술시험이 현행 교육과정에 없는 교과목이고, 예비교사 양성기관인 사범대학의 교육과정에서 배운 바가 없기 때문에 가르칠 수 없다고 변명만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 이제 교사들도 자기 계발이라는 측면에서 통합형 논술시험이라는 새로운 입시제도에 대응하고, 이를 주도할 수 있는 집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일부 언론매체 역시 입시문제의 심각성을 증폭시켜서 자신들과 관련이 있는 논술프로그램의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공공(公共)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서울대학교는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논술교사 연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 연수프로그램을 통해서 여러 교과의 내용을 문제화하는 교과 통합형과 한 교과의 내용을 다른 교과 활동과 연관시키는 활동 통합형으로 출제될 것으로 예측되는 논술시험을 지도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특히 이번 논술교사 연수에서는 교사들이 논술 시험의 출제와 평가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워크숍을 통하여 논술시험의 출제와 평가, 지도를 연계시키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서울대학교는 오는 겨울방학과 내년 여름방학에 교육청의 논술 담당 장학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논술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공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고, 미래의 한국 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을 선발하려는 서울대학교의 입시제도를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이를 계기로 일선 학교가 논술 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서, 어떤 형태의 입시 제도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한다.
정부와 대학, 일선 학교 모두가 논술시험으로 제기된 공교육 정상화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논술시험의 경우, 틀에 박힌 논리를 서술한 글보다는 자신의 체험이나 생각을 표현한 창의적인 글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글은 단기간의 훈련이나 교육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장기적인 논술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일선 학교가 논술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윤여탁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2006-10-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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