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이그노벨상/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그노벨상/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6-10-11 00:00
수정 2006-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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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발견에는 재미있는 우연이 많다.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자신의 콧물 한 방울에서 페니실린 곰팡이를 찾아냈다. 물리학자 오토 슈테른은 생활이 어려워 싸구려 시가를 피웠는데, 그 연기에서 양자론을 이끌어냈다. 하인리히 헤르츠는 방전 실험 도중 라디오파를 발견했는가 하면,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연구실 바닥재인 이탈리아산 대리석에서 중성자 현상을 알아내 원자탄 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런 위대한 발견들이 소 뒷걸음질치다가 쥐잡은 격이긴 하나, 과학자들의 호기심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일상 속에 파묻혀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주변의 하찮은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기에 인류는 지금 첨단 과학과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노벨상 시즌이 시작된 요즘, 약방의 감초처럼 때맞춰 등장하는 게 ‘이그노벨상’이다. 노벨상을 풍자한 이 상은 하버드대학의 유머 과학잡지(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했다. 해마다 10개 부문에서 시상하는데, 이 상을 받으려면 웃음을 선사해야 하고 새로운 발상의 가능성을 주는 연구여야 한다. 보잘 것 없거나 희한한 연구에 몰두하는 무명 과학자들이 주로 받고 한바탕 웃자고 주는 상이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에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은 아니다.

상의 명칭은 소다수를 발명한 가공인물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tius Nobel)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어의 ‘이그노블’(ignoble·품위 없는)과 노벨상의 노벨(Nobel)이 합쳐져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논문심사와 시상은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맡는 점도 흥미롭다. 상 받은 연구업적 가운데는 ▲수탉은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 증명 ▲남성 조각상들의 음낭 크기 연구 ▲초당 20회 나무에 머리를 박는 딱따구리가 두통을 느끼지 않는 이유 등 일반인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게 대부분이다. 노벨상감 업적이 위대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호기심에 가득 차 오늘도 우연에서 진리를 찾아 헤매는 이런 ‘쓰잘데기 없는 연구자’들이 있기에 과학은 진정 더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10-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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