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가 제창/황진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가 제창/황진선 논설위원

황진선 기자
입력 2006-09-25 00:00
수정 2006-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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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의 첫머리다. 당시 초·중·고교를 다닌 학생들에겐 이를 외우기 전에는 집에 못가게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땐 몰랐는데 요즘 읽어보니 전체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국민교육헌장’은 1994년이 되어서야 황국신민교육을 위해 만든 일제의 ‘교육칙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행정기관·학교·기업·단체에서 공식행사를 할 때는 먼저 국기에 대한 경례와 맹세,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순으로 국민의례를 거행한다.‘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유신정권이 탄생한 1972년부터 전국 학교에서 시행해오다 1980년 지금과 같이 국기에 대한 경례 때 함께 낭송하는 형태로 정착됐다.1984년엔 대통령령인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으로 법제화됐다.

국민의례를 불편해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부천시 S고교의 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편향적 가치관을 주입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2004년에는 종교 때문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수 없다는 학생에 대해 고교 입학을 불허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엔 경례보다 맹세에 반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유신정권의 유물로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을 법률로 격상하되, 애국심과 국기에 대한 존경을 포함하고 개인의 양심과 신념에 따른 행동도 함께 보장토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엊그제 도쿄 지방법원이 학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국기를 향해 일어서게 하고, 국가인 기미가요 제창을 강요하는 것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결했다. 우리나라에선 우경화와 군국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일본 사회에 양심의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국민의례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은 아직 소수다.

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2006-09-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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