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벌초 가는 길/이호준 뉴미디어국장

[길섶에서] 벌초 가는 길/이호준 뉴미디어국장

입력 2006-09-13 00:00
수정 2006-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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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아버지 산소로 가는 길은 철조망을 넘는 범법행위로 시작한다. 새로 두른 철조망 가시가 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살아서 땅 한 평 갖지 못한 이는 죽어서도 묻힐 땅이 없다. 묘지 터를 찾아 자꾸 나라산(國有林)으로 몰려드니 철조망이라도 쳐서 막겠다는 것일 게다. 산을 오르는 길은 험하기 그지없다.1년에 한두 번 찾아오는 처지에 평탄한 길을 바라는 것도 염치없는 일이다. 발길이 끊어진 산은, 품고 있던 오솔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저기가 으름을 따러 다니던 곳, 저 너럭바위는…. 어릴 적 놀던 곳을 찾아보지만 어림짐작일 뿐이다.

봉분의 잔디를 깎다 말고 그예 속울음을 터트린다.“아버지, 죄송합니다. 아직도 여기 계시게 해서….” 작년 추석에는 형제들이 모여 수목장을 해드리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올해도 꽁지 빠진 장닭처럼 헐어 가는 잔디를 덮고 깊은 골에 누워있다. 망인의 거처야 살아있는 자들의 형편대로라지만, 가시철망 안에 모신 게 어찌 곤궁 때문만이랴….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2006-09-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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