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비밀감옥/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비밀감옥/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6-09-11 00:00
수정 200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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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스위크는 지난해 부시 미 대통령의 “우리는 고문을 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올해(2005년)의 거짓말’로 선정했다. 금년(2006년)은 어떨까.

부시 대통령은 며칠전 CIA의 해외 비밀감옥이 존재한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2004년 ‘휴먼 라이츠 워치’라는 국제 NGO가 3년 동안의 CIA 항공기의 비행기록 등을 추적해 의혹을 제기한 지 2년여만이다. 부시는 그러나 고문은 하지 않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비밀감옥을 시인한 정상이 참작돼 거짓말쟁이를 면할까, 아니면 2년 연속 타이틀을 거머쥘까.

비밀감옥과 고문은 바늘과 실의 관계다.CIA가 밀라노에서 저지른 납치 사건을 수사한 이탈리아 검찰은 피랍자가 독일을 거쳐 이집트에서 CIA의 취조를 받는 도중 전기고문으로 귀머거리가 된 사실을 확인했다. 고문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래서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은 고문 국가’라고 단언한다.

그래도 부시 대통령은 당당하다.“중요 정보를 얻어냄으로써 미국과 유럽, 여타 나라에 대한 테러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필요가 인권에 우선한다는 논리다. 외려 난감하게 된 것은 비밀감옥의 소재지로 의심 받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8개국. 이들은 비밀감옥의 존재를 완강하게 부인한다. 하지만 구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시절 비밀감옥을 운영한 경험이 있으며, 민주화 과정에서 CIA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라는 해설까지 나오니 부인 발언도 믿기 어렵다. 한번 코 꿰인 약자는 누가 됐든 고삐를 쥔 자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사담의 비밀감옥을 발견했다며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소리높여 외치던 부시 행정부. 바로 그때 뒤로는 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전지구 차원의 비밀감옥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비판도 전지구적이다.“민주주의와 법을 존중해야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다.”는 스페인 사파테로 총리의 충고는 그 중 하나다.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테러리즘에 대한 싸움과 자유는 맞바꿀 수 없다.”고 고언을 던졌다.9·11테러 5주년의 화두가 CIA의 비밀감옥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6-09-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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