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한 한명숙 총리의 대국민 사과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모두 미흡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과도 마찬가지였다. 국정을 총체적으로 책임진 대통령이 공식 사과하는 것이 모양상 옳았다. 또 권력형 비리를 규명하겠다는 의지보다 정부 정책 실패에 중점을 둔 사과 내용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본다.
사행성 게임정책의 주무부처는 문화관광부이다. 문화부의 잘못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수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도박장이 늘어나고,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정부는 문제를 바로잡지 못했다. 밖에서는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정부는 듣지 못한 셈이다. 청와대 비서실, 국가정보원, 검찰과 경찰, 여당 등의 국정시스템 가운데 한 곳이라도 정상작동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단순히 내각에 책임을 미룰 수 없으며, 국정 전반이 흐트러졌다고 봐야 한다.
한 총리는 성역없는 수사를 다짐했다. 그러나 제도적 허점과 악용소지를 막지 못한 점을 강조함으로써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를 두는 듯했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게이트 수준’은 아니라고 미리 선을 긋기도 했다. 이같이 엄청난 사건은 불법 로비나 권력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상품권 업체와 연루된 전 청와대 행정관 권모씨의 행적도 수상쩍은 면이 많다. 세무공무원 출신이지만 권력 주변과 연관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권모씨 의혹을 포함해 권력형 비리의 전모를 파헤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있어선 안 된다.
정부 기관 사이의 ‘네 탓 공방’도 꼴불견이다. 문화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필두로 검찰·경찰·국정원 등이 잘못을 전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동채 전 문화부 장관이 당직을 사퇴하긴 했으나 핵심 사안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져 책임을 묻고 국정쇄신책을 밝히는 것도 노 대통령이 해야 할 몫이다.
2006-08-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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